이 같은 상황은 올 들어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개포주공 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시공사 보증 중도금 40% 대출을 실시하지 않기로 확정한 데 이어 오는 4월 분양 예정인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우성 1차’재건축 사업지도 시공자 보증 대출을 시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공사 보증 대출을 해줘야 더 많은 청약자들이 몰려 흥행에 유리한데 건설사들이 되레 대출 보증을 꺼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측은 최근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실시한 ‘래미안 서초우성1차’ VIP 분양설명회에서 시공사 보증 중도금 대출은 없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에게 안내했다. 앞서 ‘디에이치자이 개포’도 시공사 보증 대출을 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금부자들에게만 강남 아파트 청약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일단 대형건설사들이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시공사 보증 대출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는 다는 명목으로 분양가 규제와 대출 통제를 강하게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공사 보증 대출을 실시했다가 자칫하면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며 “정부 방침이 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 게 원칙인데 기업 입장에서 그 기조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분양 흥행이 보장된 강남에서 굳이 중도금 대출까지 알선함으로써 금융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서 분양되는 물량의 경우 어차피 수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청약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굳이 흥행을 위해 재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일반 분양 물량도 많고 입지도 좋아 10만 청약설까지 떠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공사들이 대출 보증을 안해도 청약 흥행에는 무리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대출 보증으로 청약 참여자들을 대거 늘렸다가 부적격 당첨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한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적격 당첨자들이 많이 나오면 건설사들은 예비당첨자 추첨, 미계약분 추첨 까지 진행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이 생긴다”며 “앞으로 강남권 분양 단지에서 시공사 보증 대출을 실시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