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대책을 바라보는 대기업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정부는 채용을 늘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노동 정책과 규제는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통상갈등이 불거지면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기업들이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와 반기업 정서를 피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정부의 구조조정 실패로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고용환경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기업들은 일자리를 쉽게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급진적인 노동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2년부터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법원이 이들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노사 합의를 통해 전환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까지 5년간 총 6,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내 하도급에 대해 ‘전원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면서 노사 합의로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3,500여명을 추가로 전환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분이 국가 전체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2년부터 생산직의 고졸 신입사원 채용을 사실상 중단했다. 2021년까지도 매년 1,000명 가까운 사내 하도급 인력을 정규직으로 돌려야 하는 만큼 신규 채용은 불가능한 상태다. 사내 하도급 인력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따라 현대·기아차의 직원 수는 늘지만 정작 경제 전체의 일자리는 감소하게 된다는 얘기다.
편의점 업계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로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신규 채용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 CU는 지난해와 비슷한 120여명을 뽑기 위해 상반기 대졸 공채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130명을 채용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9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GS25는 지난해(150여명)보다 대폭 줄인 인원을 채용한다. 편의점 업체의 한 임원은 “요즘은 최저임금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출점이 줄어들고 그만큼 본사 신규 채용도 정체되거나 줄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도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유통 업계다. 유통 업계는 온라인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쇼핑몰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 자체가 봉쇄되면서 채용인원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 업체의 한 고위임원은 “고용이 늘어나려면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한데 영세소상공인 보호를 명목으로 신규 출점이나 휴일영업 등을 막고 있다”며 “오프라인 점포의 숫자가 늘지 않는데 어떻게 추가 고용 창출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추가 유통규제안이 통과될 경우 주요 유통사들의 인력 채용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업황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정책 기조에 맞춰서 어느 정도 탄력적으로 고용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법적·제도적 환경은 되레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무작정 고용을 늘리라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반기업 정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2월 중견 철강회사인 넥스틸은 총 400억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제품에 25% 추가 관세 조치를 취하는 등 통상압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채용을 좌우하는 업황이 좋지 않다”며 “특히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 정책 탓에 수출에 타격이 생겼는데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관세, 임금 부담 등의 이유로 최근 북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병기·조민규·이재유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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