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혁신TF의 자원공기업 3사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자원개발을 둘러싼 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매각 리스트에 오른 주요 광구의 성패를 평가하기엔 10년이란 개발기간이 짧아도 너무 짧다는 시각이 여전하지만 TF는 막대한 부채 탓에 매각 말고는 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정부도 자원공기업의 해외 광구를 판 뒤 자원 개발 기능은 온전히 민간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정해 힘들게 쌓은 공든 탑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란은 자원공기업 3사가 가진 해외 광구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이라는 데서 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TF가 모두 매각을 권고한 한국광물자원공사 소유의 해외 광구다. 20일 해외자원개발 혁신TF에 따르면 TF가 평가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사업의 순현재가치(NPV)는 5,300억원이다. 이는 광물공사가 지난해 평가한 금액(9,100억원) 대비 3,800억원이나 낮다. 세계 4위의 니켈 매장량을 가진 암바토비 광구는 지금까지 2조666억원이 투자된 광물공사의 최대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다. 일본 종합상사 스미토모가 47.7%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 광물업체 쉐릿이 12%, 광물공사가 2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첫 생산이 시작된 뒤 2014년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광물공사는 이 프로젝트가 2020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TF의 결론은 ‘매각’이었다.
TF가 해외 광구의 사업가치를 깎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불신’이었다. 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TF 위원장은 지난 2월 “기본적인 통계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각 사가 자체 평가한 경제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보유한 하베스트도 암바토비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랙골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고 가기엔 각 자원공기업의 사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4·5분기 흑자 전환한 가스공사의 호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등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GLNG는 호주 내륙의 석탄층 가스전을 개발해 420㎞ 떨어진 글래드스턴에서 액화한 다음 수출하는 사업으로 2016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실제로 TF가 해외 광구를 줄줄이 매각 대상에 올리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막대한 부채다. 광물공사의 경우 TF가 추정한 가치대로 광구를 모두 매각해 빚을 감아도 남은 부채가 2021년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박 위원장은 “광물가격이 오르고 볼레오 암바토비 실적이 정상화되면 계속 끌고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자본 잠식액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광물공사는 (매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2007년 6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2016년 기준 529%까지 치솟아 있는 실정이다. 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228%에서 325% 높아졌다.
문제는 매각 이후 자원 개발 주체마저 민간으로 넘어갈 경우 막대한 수업료를 내고 얻은 ‘노하우(know-how)’가 모두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TF를 꾸린 이후 해외 자원개발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렵게 쌓은 공기업의 경험을 살리면서도 철저하게 이윤을 목적으로 판단을 하는 민간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우러지도록 ‘한국형’ 자원개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거대 자원 메이저를 둔 선진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원시장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은 중국과 일본 뿐”이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보다는 공공이 중심을 잡아 이끌어나가되 민간이 같이 참여해 방만 경영을 방지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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