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지지자가 벌인 인질극에서 한 여성을 대신해 인질을 자청했던 프랑스 경찰 간부가 사망했다. 프랑스 사회는 ‘타인을 위한 위대한 희생’을 선택한 이 경찰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AFP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남부 소도시 트레브의 한 슈퍼마켓에서 ‘IS 지지자’ 레두안 라크딤(25)에게 붙잡혔다가 크게 다친 경찰 간부 아르노 벨트람(45)이 치료를 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벨트람은 치안을 담당하는 고위급 군인경찰이다.
프랑스 국영방송 ‘프랑스24’에 따르면 벨트람은 경찰인력 가운데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당시 라크딤은 슈퍼마켓에서 이미 2명에게 총격을 가하고 인질을 붙잡아둔 상태였다.
벨트람은 동료들이 인질범 라크딤과 협상하는 동안 한 여성을 대신해 인질을 자청했다. 벨트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라크딤 몰래 휴대폰을 주변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경찰이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다. 총 4시간의 인질극 끝에 라크딤이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벨트람은 총알 두 발을 맞고 흉기로 수차례 찔린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하루 만에 숨졌다.
벨트람의 사망 소식에 트위터 등을 통해 국민들의 추모글이 쏟아졌다고 프랑스24가 전했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은 트위터로 벨트람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나라를 위해 숨졌다. 프랑스는 결코 그의 영웅적인 행동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치료를 받던 벨트람을 “자랑스러운 국민”이라며 치켜세웠다.
국제사회도 추모행렬에 동참하는 한편 테러를 규탄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서 “우리가 당신 곁에 함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이라며 이번 테러 사태의 잔혹성을 지적했다.
이번 인질 테러극으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4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 범인 라크딤은 테러집단 IS를 추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이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괴한의 총격에 숨진 후 프랑스에서 일어난 첫 주요 테러로 평가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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