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셀프주유소는 2,904곳(8일 기준)으로 지난해 2,302곳(3월 말 기준)보다 602곳(26.1%) 늘었다. 셀프주유소는 지난 2003년 도입됐지만 초기에는 증가세가 더뎠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셀프주유소는 저렴한 기름값을 앞세워 2013년과 2014년 해마다 400곳 이상 늘기도 했다. 그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떨어지면서 한 해 200~300곳 정도 증가를 유지했지만 급격한 증가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셀프주유소가 갑자기 급증한 것을 두고 정유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는 오히려 줄고 있고 기름값도 지난해 꾸준히 상승했지만 석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아 업체들에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결국 바뀐 것은 최저임금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유통마진으로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이윤에서 인건비와 세금,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등을 제한 것이 순수 주유소 이익. 현재 상태로는 대부분 매출과 연동된 고정비와 같고 유일하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인건비다. 보통 주유기 4~6기를 갖춘 중소 규모 주유소의 경우 대개 4~5명가량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한다. 이들이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최저임금(6,470원)을 적용하면 연간 9,30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지출된다. 하지만 올해 인상된 기준대로라면 1억800만원 정도가 지출돼 지난해보다 1,500만원 정도 증가한다.
2013년 한국주유소협회가 발표한 주유소 경영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주유소 한 곳당 영업이익은 3,800만원, 영업이익률은 1.08%에 불과하다. 통계청 자료에도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한 해에 3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하더라도 주유소의 영업이익은 6,000만원 정도인데 연간 1,500만원의 인건비 추가 지출은 주유소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당 2,000만원 이상인 셀프주유기 교체비용에도 불구하고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6기를 셀프주유기로 바꾸면 1억5,000만원 정도 드는데 은행에서 운전자금대출을 받으면 연간 600만원이 채 들지 않는다”며 “당연히 셀프주유소 전환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셀프주유소 전환이 늘면서 주유소의 고용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주유소 운영업 종사자는 2011년 5만2,841명에서 2016년 4만6,621명으로 줄었다. 특히 이 가운데 5,000여명이 셀프주유소가 급증하고 폐업 주유소가 늘던 2012~2014년에 집중돼 있다. 정유 업체의 한 관계자는 “6명 정도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한 주유소라면 셀프로 전환하고 가족들과 같이 운영하면 1~2명만 채용해도 주유소 운용이 가능하다”며 “결국 셀프주유소 증가는 주유소 고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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