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순환출자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순환 출자 고리 수는 2013년 9만7,658개에서 현재는 41개만 남게 됐다. 남은 고리도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하고 있어 연내에는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기업집단의 해소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공정거래법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정부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한 2013년 9만7,658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82개까지 줄었고 올해 4월20일 기준 41개만 남았다. 대기업들의 추가 해소 계획 발표가 이어지면서 올해 안에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순환출자는 같은 기업집단에 소속된 계열회사들이 ‘A사→B사→C사→A사’의 원 모양 형태로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순환출자가 이뤄지면 자본금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장부상으로는 자본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대기업 총수 일가가 투입한 자금에 비해 더 큰 지배력을 갖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2013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해소를 요구해왔다.
자산 5조원 이상 (준)대기업집단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1년간 그동안 미뤄왔던 핵심 고리를 끊는 데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수가 67개에 달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던 롯데는 최근 들어 순환출자를 완전해소했다. 우선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쇼핑(023530)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50개로 줄였다. 다시 롯데제과(280360) 등 4개 상장 계열회사의 분할 합병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고리를 8개만 남긴 뒤 이에 대해서도 분할합병을 통해 모두 해소한 것이다. 농협(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2개), 대림(1개), 현대백화점(3개)도 순환출자를 완전해소했다.
삼성의 경우 7개에서 4개로 줄었다. 삼성SDI(006400)가 보유한 삼성물산(028260) 주식 404만여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명령에 따라 지난 4월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영향이다. 삼성은 남은 4개의 고리도 해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으로부터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할 계획이나 방법과 시기는 미정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009540)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개에서 1개로, 영풍그룹은 7개에서 1개로, SM그룹은 7개에서 1개로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4개의 고리가 남았지만 해소 계획을 이미 밝혔다.
공정위는 “편법적 지배력 확대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순환출자의 핵심고리를 해소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강화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 다른 차원에서 소유 지배구조를 더욱 개선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소유 지배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대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공익법인이나 지주회사 문제, 금산분리 문제 등 편법적으로 대주주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도 해소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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