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당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정상회담 관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신경제구상을 책자 및 프레젠테이션(PT)영상으로 만들어서 건네줬다고 밝혔다. USB메모리에 담겨 전달된 해당 영상 속에는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나중에 (대북 제재가) 풀릴 것에 대비해서 남북이 함께 어떤 경협을 할 수 있는지 공동조사 연구를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9일 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 남·북·러 3각 경협도 공동조사연구 대상에 포함하도록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고위관계자는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 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회의 도중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축전과 함께 “큰일 하셨다. 노벨평화상 받으시라”는 덕담을 전했다는 보고를 받자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셔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답했다고 고위관계자는 소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눴던 흥미 있는 대화 내용들도 참모들에게 설명했다. 남북이 4·27회담 전 개설한 양국 정상 간 직통전화(핫라인)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정말 이 전화 걸면 언제든 (문 대통령이) 받는 것이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런 것은 아니다. 사전에 실무진이 약속하고(나면 전화를 받는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 간 핫라인 통화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이 경평축구대회를 열자고 하니 김 위원장은 농구부터 하자고 응답했다는 대목도 소개됐다. 경평축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서울)과 평양을 대표하는 경성 축구단과 평양 축구단이 장소를 번갈아 가면서 벌였던 친선 축구경기를 의미한다. 대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남한에는 키가 2m가 넘는 (농구계) 선수들이 많죠”라고 질문도 던졌다.
한편 이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후 공동발표한) 판문점선언 내용을 보면 10·4선언의 이행, 경협 등 이런 게 들어가 있다”며 “그것이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금 시점에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해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한 템포(박자) 죽여서 가자는 것”이라며 제출하더라도 국회처리 과정에서는 북미 회담 일정을 감안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제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서 “북미가 (정상회담에) 성공하면 (국내에서 국회에 제출한 경협 등 관련 동의안들이) 정쟁 수준을 뛰어넘는 훨씬 좋은 분위기와 역할 속에서 국회 초당적 지지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템포 조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태규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