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 52시간을 전격 시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준비 시간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화장품처럼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원이 이탈하는 만큼 설비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연우의 황창희 생산품질총괄 상무는 “연간 수주물량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인원이 갑자기 줄어들게 되면 외주 가공 업체까지 2차 피해가 갈 우려가 높다”며 “누적 근무시간제를 운영하는 등 연간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기중현 연우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해외시장 확대를 포기하거나 법을 어기고 범법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며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0일 서울 지방공기업평가원 회의실에서 중소기업옴부즈만 주최로 열린 ‘수도권 중소기업 규제 애로 간담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소기업의 판로확대에 관한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 3시간 가까이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소기업 대표 30여명이 참석했다.
박주봉 중기옴부즈만은 “예상대로 근로시간 단축 얘기가 나왔다”며 “청와대에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1년 정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으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국장으로부터 다음 주 중에 후속 조치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사비용 결제 방식을 시행업체가 아닌 협력업체가 변경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공사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편법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건설업체 최주혁(가명) 대표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전송시설 공사 일부를 하도급으로 받았는데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시스의 광케이블 자재만 매입하도록 강요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시스가 자의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대금을 받지 못했고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정된 자재가 KS규격에 맞으면 공사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옴부즈만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과도 실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 기업인은 “기존 산업이 점차 죽어가고 있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은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정부에선 대기업이 죽으면 중소기업이 산다는 단편적인 사고에 갇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정책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사례별로 취합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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