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회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아래로 내려가면 국민연금도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주식시장에서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0.63% 하락한 23만7,000원에 마감하며 주식매수청구 가격(23만3,429원)에 근접했다. 현대글로비스는 14만9,000원으로 지난 3월28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후 처음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15만1,150원)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국민연금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모비스 주주 중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30.1%로, 지분 9.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48%가량을 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한데 연금만 찬성하면 성사시킬 수 있다.
업계에서는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지분을 유사한 비율로 보유한 연금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부의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사실상 국부펀드로서 국내 기간산업과 제조업의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할 책무도 있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주총에서 기권표를 던질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안에 반대했는데 당시 삼중의 주가가 2만5,750원으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2만7,003원)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런 점을 노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대계 자본으로 같은 편으로 분류되는 ISS 역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시민단체들은 반재벌 정서로 점철된 논리로 단기 차익을 중시하는 엘리엇을 돕고 나섰다. 참여연대가 16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경제실천연합·민변·금속노조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은 대주주 사익과 승계만을 위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재벌 개혁의 궁극적 목적인 경제력 집중도의 변화는 하나도 없고 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 비율 등에 불공정성의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그룹은 흔들리지 않고 미래가치로 주주 마음 잡기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ISS의 반대 결정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고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임영득 모비스 사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핵심기술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며 존속 모비스의 주주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할합병 관련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원·맹준호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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