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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잘 나가는 대기업 그만 두고 모바일 영어 교육에 뛰어든 사연

심여린 스터디맥스 대표

배우 이서진 모델로 내세운 '스피킹맥스'는 66만명의 회원 확보…현지인 발음 데이터베이스가 가장 강력한 무기

초등생 대상의 게임형 영어 학습 서비스 '스피킹덤'은 개발에만 5년 걸려…영어뿐만 아니라 사회, 역사, 과학 등 교육 콘텐츠로 확장할 것

일본에 이어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진출 계획…연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규모의 경제 갖출 예정

심여린 스터디맥스 대표




강원도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냈다.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한 후엔 고향을 떠났다. 사교육의 수혜를 거의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학업에 몰입하게 했던 이유가 됐다고 한다. 홈쇼핑업체와 인터넷 포털업체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들보다 짜임새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스킬, 조직을 관리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익혔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 여행길에서 20년 넘게 배운 영어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자신처럼 쓰라린 좌절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쉽고 편하게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심여린(37) 스터디맥스 대표가 모바일 영어 교육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나만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다

평생 농업에 종사해 온 부친 밑에서 3남매 중 맏딸로 성장했다. 동생들을 챙기느라 맏이한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어머니를 헤아려 스스로 챙기고, 해결했던 독립적인 아이였다. 그늘진 구석은 찾기 힘든 쾌활한 성격 덕분에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하면서 리더십을 키웠다.

혼자 있을 때는 스케치북을 펴 놓고 그림을 그리곤 했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이 손 끝에서 선과 색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끼곤 했다. 공부도 곧잘 했는데, 여학생들이 어렵게 여기는 수학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수학이 다른 과목과 다른 점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거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서 정답을 맞췄을 땐 정말 기뻐요. 모범 답안지에 있는 풀이보다 내가 더 잘 풀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여고 2학년 때 대학 전공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미술을 좋아하고 수학도 곧잘 하니 건축학과에 도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학생이 건축을 선택하면 힘들다며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디자인도 할 수 있고, 공학 이론을 접목할 수 있는 의류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대 의류학과 99학번으로 새내기 생활을 시작했다.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사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한 환경에서 특별한 성적을 유지했던 비결이 궁금했다. 심 대표는 ‘궁하면 통한다’고 답했다.

“과외 교사나 유명 학원 같은 사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니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릴 적부터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공부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이 시간 배분을 자식들한테 온전히 맡겨 놓는 편이셨죠. 그래서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게 몸에 밴 것 같아요.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하는 공부니까 당연히 능동적일 수 밖에 없구요.”

이러한 성향은 고도의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수학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무난히 대학에 진학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 내내 수학 과외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외 교사로도 인기가 높았다.

◇벤처 붐의 한복판에 있었던 대학 시절

그녀의 대학 시절은 벤처 붐이 일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출신으로, 이들이 창업에 나서며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변혁기가 가시화되고 있을 때다. 국내 주요 대학에서도 각종 벤처동아리가 생겨나면서 창업의 열망을 품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업 아이템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시대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꼈던 심 대표 역시 경영을 복수 전공하며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라는 이름의 벤처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심 대표의 남편이자 인터넷 수능강의업체 이투스를 창업한 이비호 대표, 게임빌의 송병준 대표 등이 함께 했던 동아리 멤버들이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한 것이나 벤처동아리에 들어간 건 의류와 관련된 세일즈를 하면 재미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습니다. 말이 벤처동아리지 지금처럼 체계화된 커리큘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업적인 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이런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 교류 차원이었지요. 하지만 당시 우리 세대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됐던 환경에 있었던 만큼 벤처라는 생태계에서 조금씩 싹을 틔웠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졸업 시즌이 되자 컨설팅이나 은행 등 연봉이 높은 직장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공무원의 꿈을 꾸는 친구들도 있었다. 심 대표는 막연히 의류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심 대표는 자신의 판단대로 CJ그룹 공채로 입사해 CJ오쇼핑(당시 CJ홈쇼핑) MD로 들어갔다. 2003년 12월,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었다. 그는 “CJ오쇼핑이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TV 채널이 아닌 인터넷 사업부에 관심이 있었고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이커머스를 개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닥치면 무조건 했다. 그래서 해냈다

NHN에 재직 중이던 시절의 심여린 대표의 모습, 생기발랄한 직장인의 표정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심여린 대표


입사 1년 차, 막내 사원인 그에게 중요한 업무는 주어지지 않은 채 업무 보조를 하면서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보석시계 카테고리가 그녀에게 배정됐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약한 곳이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띄울 수 있을까 몇날며칠을 고민하던 그는 연예인 파파라치를 내세운 방송을 기획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보석시계 매출이 많지 않아서 홈쇼핑 카테고리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자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메모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유명 연예인들이 제품을 시연하는 모습이 홈쇼핑을 통해 노출되는 일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쇼호스트가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칠 뿐 몸값 비싼 연예인을 활용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보석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화려한 소비재인 만큼 돋보이고 싶은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연예인 파파라치였던 것이다. 당시 핫한 스타였던 변정수, 정려원, 정지영 씨 등이 길거리에서 보석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방송이 히트 친 것은 물론 이후 홈쇼핑에서 스타 마케팅을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MD 연봉은 2,000만원 수준으로 업무 부담에 비해서는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직업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MD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내가 상품을 기획하고 소싱하며 매출을 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게 됩니다. 마치 내 사업처럼 전적으로 내 책임과 내 판단 하에서 이뤄지게 되지요.”

그녀는 태스크포스(TF)에 차출됐던 일이 잦았던 것도 돌이켜보면 큰 자산이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스템 개발을 위해 각 팀에서 인력이 차출될 때 막내라는 이유로, 혹은 발 빠르게 일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선택되곤 했습니다. 내가 진행해야 하는 고정적인 일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일까지 떠맡으니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기술팀이나 서비스팀 등 다른 팀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 서로간에 다른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등등을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서 겪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아끼는 후배한테는 TF팀에 차출되면 불만을 갖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일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본인한테 어떤 형태로는 남는다는 거죠.”

이커머스에서 돈을 버는 방식은 제품을 직접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심 대표는 광고를 통해 돈을 버는 채널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2006년까지 일하다가 네이버(당시 NHN)로 옮겼다. 디스플레이 광고(DA)를 주로 다루는 비즈니스 플랫폼 파트였다. 이번에는 자신이 계획한 플랜의 일환이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10년 후에는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었죠. 10년 후 내 사업을 할거면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DA 파트도 직접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간 죽어라 일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는 건 회사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커리어를 쌓는 데도 큰 힘이 된다고 봅니다. 내 플랜을 위해 전진하는 과정인 만큼 직장 생활의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입니다. 직장 생활 6년 동안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열심히 살았죠.”

◇20년간 배운 영어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스터디맥스 직원들이 서비스 혁신과 고객 만족을 다짐하며 지난 1월 동계 워크샵에 나섰다. /사진제공=스터디맥스


2006년 결혼한 심 대표는 지금은 초등학교 4년 아들과 6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2008년 회사를 그만 두고 경영전문대학원(MBA)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인생의 전환점은 미국 공항의 입국 심사대에서 찾아왔다.

수학 못지 않게 영어를 좋아했고, 대학 시절 영어학원도 숱하게 다녔던 만큼 영어 회화만큼은 남들 못지 않을 거라 내심 자신했다. 하지만 미국 입국 심사대부터 말이 막혔다. 심사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학원 다니면서 배웠던 영어는 아나운서처럼 공식화된 발음인데, 실제로 부딪혀보면 일반인들이 쓰는 단어, 일반인들이 쓰는 액센트가 따로 있었어요. 더구나 우리는 시험 위주의 영어에 익숙했던 세대였죠. 원어민 친구들과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하니까 그들의 입 모양이 보이더군요. 그 입 모양을 보고 발음을 따라서 해보니 조금씩 입도 열리고, 귀도 열리는 거에요. 일반인의 영어를 배운 경험이 정말 부족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바로 이 지점이 내가 도전해야 할 파트라고 여겼죠.”

◇스피킹맥스, 닻을 올리다

심 대표는 유학보다는 미국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따라 하는 회화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어렵게만 생각했던 영어 회화가 편해졌다. 이 때부터 심 대표는 미국 현지인들의 다양한 대화 장면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용감하게 현지인을 섭외해 녹화했던 수많은 자료가 현재의 스피킹맥스의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2008년 7월 ‘스픽케어(현재의 스터디맥스)’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웠다. 미국 현지에 거주하는 고학력 미국인과의 1대1 첨삭지도 서비스인 ‘스픽케어(SPEAKCARE·2010년)’를 시작으로 대중적인 영어회화 프로그램 ‘스피킹맥스(SPEAKINGMAX·2011년)’, 영단어 학습프로그램 ‘맥스보카(MAXVOCA·2014년)’, 중국어 학습프로그램 ‘차이나맥스(CHINAMAX·2016년)’를 잇달아 출시했다. ‘스터디맥스’란 학습자에 내재된 학습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11년 매출액 20억원에서 2015년에는 85억원, 2016년 142억원, 지난해에는 153억원을 달성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가 영어를 학습하는 방식은 어려운 문법부터 배우는 암기식 교육입니다. 이게 회화의 장벽을 높인 주범이었죠. 젊은 층 패턴에 맞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한 것도 회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장소나 시간과 상관없이 영어를 접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모바일 영어 교육 업체는 수 백 곳에 달한다. 심 대표는 꾸준한 자료 업데이트가 스피킹맥스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스피킹맥스는 5월 현재 66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위해 직원들은 해외에 상당 시간 머물며 현지인들의 대화를 촬영하고 있다. 기존 영상을 재활용하는 게 아닌 새로운 동영상 자료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동부와 서부, 남부 지역의 미세한 차이를 고려해 지역별로 다른 억양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게임을 하듯 즐기는 영어 왕국이 탄생하기까지

스피킹덤은 학습 수요자인 아이들이 쉽게 재밌게 영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생생한 표정과 왕국의 복장을 입고 촬영해 킹덤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스터디맥스


요즘 심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서비스는 온라인 게임에 영어 학습을 접목한 ‘스피킹덤’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캐릭터 시뮬레이션 게임 형식의 온라인 영어 학습 서비스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하듯 영어를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스피킹덤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왜일까. 여기에는 심 대표의 교육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 대표는 두 자녀를 영어 학원에 보낸 적이 없다. 획일적인 학원 수업이 오히려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다.

“아이가 책과 친해져야 합니다. 큰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부터 한글책이든 영어책이든 스토리 위주의 책을 많이 읽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무엇에 반응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했어요. 아이의 취향과 성향, 습성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이의 성향에 맞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줬습니다.”

직장 생활, 그것도 스타트업 대표가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정만큼은 최우선 순위에 놓고 배정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기존 학원 방식과는 다른 영어 학습법을 고민하다가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성인용 회화 서비스인 ‘스피킹맥스’처럼 아이들도 게임을 하듯 ‘즐기는’ 영어 학습이라면 통할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영어를 ‘공부’나 ‘학습’의 도구가 아닌, ‘재미’나 놀이‘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초등생 영어는 무조건 재미 있어야 하고, 아이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해야 되니 온라인 게임 형식으로 만들기로 한 거죠.”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게 2012년 초였고 공식 서비스 출시가 2017년 8월이었으니, 영어학습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꼬박 5년이 걸린 셈이다. 심 대표는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초등생의 시선에 맞추면서 흥미를 잃지 않을 구성으로 다듬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며 “테스터를 자처한 아이들의 반응과 태도를 살피며 이를 다시 반영하는 과정을 수백 번 거쳤다”고 말했다.

스피킹덤은 스토리를 토대로 말하기 중심의 게임적 요소를 강조하는 동시에 원어민의 생생한 발음과 억양을 접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직원들이 미국을 오가며 100명 이상의 현지인을 만나 그들의 발음으로 500여 개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녹음했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 자료를 모두 각색, 편집해 캐릭터 이미지 및 애니메이션과 함께 재구성했다. 저사양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도 큰 무리 없이 실행되도록, 스터디맥스 자체 영상압축 기술을 통한 최적화 작업도 거쳤다.

스피킹덤 에피소드 한 개의 학습 분량은 30분 내외에 불과하다. 일반 초등학생이 특정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을 고려한 분량이다. 하루에 한두 에피소드를 진행한다면 1시간 이내에 영어 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

심 대표는 이 지점에서 영어 학습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초등 저학년의 영어 학습은 점수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려운 단어 몇 개 더 암기하는 것보다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없애고, 영어와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기를 튼튼히 해야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스터디맥스, 더 큰 미래를 꿈꾸다

스터디맥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스피킹덤’ 학습 영상으로, 초등학생들은 스토리 위주의 프로그램을 통해 쉽고 재밌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사진제공=스터디맥스


출시 이후 지금까지 4개의 랜드 스토리를 완성한 스피킹덤은 4월 현재 1만여명이 가입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심 대표는 올해 스피킹덤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그는 “스피킹덤을 개선하면서 학습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라며 “사용자인 아이들의 발음, 억양, 학습 상태 등이 고스란히 저장돼 빅데이터를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스터디맥스는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쌍방향 학습에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미래형 영어 학습 서비스로 진화시킨다는 각오다.

심 대표는 최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학습과 놀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스피킹맥스나 스피킹덤처럼 영어 학습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문화, 역사, 과학 등 여타 교육 콘텐츠로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 대표는 “스피킹맥스나 스피킹덤이 보여주는 가상의 환경(미국 현지, 가상의 왕국)을 VR이나 AR을 통해 실감나게 체험하며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역사나 사회 등 교육 콘텐츠들도 이러한 기술을 통해 충분히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형 학습 서비스는 누구나 게임을 하듯 즐기면서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동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터디맥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2013년에 이미 일본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마트기기 학습이 중심인 만큼 해외에서도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심 대표는 “5년 후쯤에는 어학뿐만 아니라 사람이 배울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탑재하고 싶다”면서 “성인은 물론 어린아이와 어르신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교육 업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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