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급변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 1,08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간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장외거래 가격인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원달러 1개월물은 한때 1,080원대 중반까지 튀기도 했다. 정상회담 취소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돼 원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정상 회담 취소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이어 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입장 모두 향후 대화재개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이라는 큰 방향성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김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었을 때도 해외금융시장과 외국인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사실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대북 관련 호재든 악재든 시장에선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082.0원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소폭 하락해 오전 9시 40분 1,080.9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5년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bp 상승에 그쳤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1,080원 초반으로 눈이 높아진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원화 하락 압력을 상쇄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거나 추가적으로 부정적인 대북 이슈가 불거지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 상승 압력이 있겠지만 대북 이슈와 관련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늘 원달러 환율은 1,080원 부근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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