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록의 대부’ ‘살아 있는 기타의 신’ ‘현대음악의 거장’ 신중현(80·사진). 서양음악인 록에 각설이타령조를 입힌 명곡 ‘미인’을 비롯해 ‘봄비’ ‘아름다운 강산’ ‘빗속의 여인’ 등 수 많은 메가히트곡이 그의 작품이다.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그에게 헌정하듯 그의 동명의 히트곡 ‘미인’이 뮤지컬로 탄생해 6월15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찾는다. 신중현의 곡이 숱하게 리메이크됐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무성영화관 하륜관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뜨거운 우정과 사랑을 다룬 뮤지컬 ‘미인’의 막바지 연습을 참관하고 나온 그를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내 곡을 이제 좀 알아주겠구나’ 하는 기쁨이 있고 영광이다. 나의 노래들을 너무나 잘 살려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원래 혼자 하는 음악이었는데 이렇게 편곡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연출도 잘됐다”며 “연출과 음악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이 종합적으로 음악성을 돋보이게 하는 예술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편곡돼 무대에 오른 곡들을 극찬했다.
이번 무대는 그의 곡 중 ‘미인’ ‘아름다운 강산’ ‘커피 한 잔’ 등 23곡으로 꾸며지며 뮤지컬 넘버 리스트에 대해 신중현은 어떤 조언도 하지 않고 창작자들에게 일임했다. 이 작품에서는 ‘신중현 사단’이자 ‘걸그룹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펄시스터즈를 연상하게 하는 ‘후랏빠 시스터즈’가 스윙재즈댄스를 선보이며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 장면에 대해 그는 “후랏빠 시스터즈가 오프닝 송으로 ‘알 수 없네’를 부르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뮤지컬이 그거 하나로 결정적인 감동을 안겨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중현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와 뮤지컬의 배경인 일제강점기는 한국 역사상 가장 억압된 시대다. 그는 정권에 이른바 ‘미운털’이 박혀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미인’ 등 그의 곡은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곡들과 뮤지컬 넘버들의 교감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처음에는 홍승희 프로듀서와 내 음악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자유고, 자유는 모든 시대와 예술 장르를 초월하는 정신이 아닌가 싶다.”
신중현은 지난 2009년 세계적인 기타 전문회사인 펜더로부터 세계에서 여섯 번째, 아시아 음악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타를 헌정받았다. 신중현 외에 이 기타를 헌정받은 아티스트는 에릭 클랩턴, 제프 백, 스티비 레이 본 등이다. 또 2017년 버클리음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명예 박사 학위를 받는 등 그의 음악성은 이미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0년간 그래 왔듯 그는 앞으로도 음악에만 열중한다는 계획이다. “3월 말 아내(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 명정강)를 떠나 보내고 애도의 시간을 가졌어요. 음악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해요. 오는 9~10월께는 새 앨범을 낼 겁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 음악을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아직도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되는 게 목표이자 꿈이죠.”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홍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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