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필진: ERIKA FRY, JONATHAN CHEW, AND MATT HEIMER
필진: KRISTEN BELLSTROM, GEOFF COLVIN, RACHEL KING, KIRSTEN KOROSEC, BETH KOWITT, ADAM LASHINSKY, CLIFTON LEAF, ANNE VANDERMEY, PHIL WAHBA, JEN WIECZNER, VALENTINA ZARYA, AND CLAIRE ZILLMAN
기고자들: BRIAN FINLAY, THE STIMSON CENTER; PHYLLIS HEYDT, OFFICE OF THE UN SPECIAL ENVOY FOR HEALTH; RAJ PANJABI, LAST MILE HEALTH; JEFFREY SONNENFELD, YALE SCHOOL OF MANAGEMENT
다소 의외겠지만, 팀 쿡 Tim Cook과 인디라 자이싱 Indira Jaising에겐 포춘의 ‘2018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WGL)’에 올랐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쿡(14위)은 지구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상장기업인 애플의 CEO다. 인도 변호사 자이싱(20위)은 인권 신장을 목표로 하는 NGO인 ‘변호사 공동회(Lawyers Collective)’의 공동설립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분할(unbundling)의 힘을 활용, 조직의 효과성을 몇 배로 높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고의 리더라면 이제 이들의 사례를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분할이란 영세 벤처기업부터 한 국가까지 모든 종류의 조직체를 분해하는 작업이다. 휼렛 패커드 Hewlett-Packard와 허니웰 Honeywell, 펜테어 Pentair, 다우듀폰 DowDuPont 등이 보여주고 있듯, 경영계에선 분사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분할에 포함될 수 있다. 기존에는 전체가 필수요소로 인식됐던 기능을 위탁해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첨단 정밀 제조업과 그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 요건을 아웃소싱한 애플이 드라마틱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해 분할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때때로 이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백 년간 기업이나 국가 등 각종 조직체는 규모를 키워 효율
성과 효과를 제고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아웃소싱과 제조·유통·연구 조직화, 비(非)고용 노동인력 활용이 점점 쉽고 간편해진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중국의 하이얼 Haier이다. 이 회사는 단일 기업이라기보단, 수천 개 중소기업이 만든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에 가깝다. 말도 안 된다고? 그렇지 않다. 하이얼은 이 과감한 분할 모델 덕분에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등극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하이얼 모델의 설계자인 장루이민 Zhang Ruimin 회장(2014년·2017년 WGL 포함)에게, 왜 더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그의 모델을 따라 하지 않는지 물었다. 장은 “힘을 포기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거의 모든 경영인은 제국 건설이라는 동기 부여 받는다. 코넬대 보상연구소(Institute for Compensation Studies) 소장 케빈 핼록 Kevin Hallock은 “대기업일수록 훨씬 보수를 많이 주고, 규모도 더욱 크게 키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NGO와 노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리더에겐 분할를 원할 이유가 없다.
올해의 WGL은 이 문제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리더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그 결과 프란시스코 교황,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Jeff Bezos 같은 늘 단골로 선정됐던 주요 리더들 중 일부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예전 순위는 포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기존의 규모 중심적 사고 대신 부 창출을 기준으로 경영인을 평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목표 중심적인 NGO의 지도자라면 비교적 규모 지향적 동기부여가 적을 수 있다. 인디라 자이싱이 이끄는 작은 NGO가 조직 규모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은 직원과 인프라를 아웃소싱 한다는 데 있다. 이 조직은 인터넷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이와 소통하고,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분할에 가장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세력은 국가 지도자들이다. 국가가 작아지면 지도자가 얻을 것은 적어지고 잃을 것은 많아진다. 그러나 분할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전화, 전기, 심지어 인공위성 처럼 한때는 정부의 독점 영역이었던 공공서비스가 점점 개방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화로 변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은 마드리드의 중앙 정부가 필요 없다고 믿는데, 이들이 옳을 수도 있다. 분할이 강력한 또 한 가지 이유는 하향식(top down) 뿐만 아니라 상향식(bottom up)으로도 작용한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존 제도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한다. 전략 컨설팅 전문가 파라그 칸나 Parag Khanna는 정치·경제계에서 권력 이동이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립과 자기주도에 대한 열망은 심리학적 현실이다.” 칸나의 말이다.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창업 정신이 예전보다 훨씬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분할은 리더에게 진퇴양난의 과제다. 조직 구성원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 조직을 축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려움은 리더십을 지나치게 좁게 정의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리더십은 권위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는 힘에서 시작된다. 케네스 프레이저 Kenneth Frazier(5위)가 CEO를 맡고 있는 제약사 머크 Merck의 서류상 직원 수는 6만 9,000명이다. 그런데 그는 작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Charlottesville 폭력 사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백악관의 제조업 위원회에서 사임했다. 그는 “불관용과 극단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수백만 명의 리더로 부상했다. 분할의 시대는 혼란을 가져온다. 그러나 올해 포춘이 선정한 50인이 보여 주듯, 리더십은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GEOFF COLV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