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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브런치·스팀잇에서...퇴근 후 김대리는 작가가 된다

창작자·독자 연결 플랫폼 잇따라

평범한 개인의 소소한 경험담 공감

출판사, 인기 글 책으로 만들기도





직장인 김선미(30)씨와 김민기(29)씨는 카카오(035720)의 콘텐츠 플랫폼인 ‘브런치(Brunch)’에 ‘오늘의 기운’이라는 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김선미씨가 글을 쓰면 김민기씨가 글과 관련된 그림을 덧붙인다. 평소 일주일에 두세 차례 일기를 써오던 김선미씨는 자신의 글에 공감하는 지인의 모습을 본 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다. 김씨의 글에 독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와 같은 댓글로 호응한다. 김씨는 “독립출판 등을 통해 책으로도 출간하고 싶다”며 “일기 이외에 업무와 관련된 주제로 글을 확장시킬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작가다.” 서정오 작가는 ‘내 인생의 글쓰기’라는 책에서 직업 작가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작가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일터에서 느낀 즐거움이나 억울함 등을 글로 써본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작가”라고 표현했다.

문단이나 언론 등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글쓰기가 일반 사람들이 수많은 경험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했다. 블로그와 브런치, ‘스팀잇(Steemit)’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플랫폼 덕분이다. 각각의 저자들은 온라인에서 글을 쓰는 동시에 다른 저자의 글을 읽고 공유하며 발전시킨다.



브런치는 창작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가들이 2만여명에 달한 만큼 주제도 다양하다. 일부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책 출판을 지원받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잇은 글과 보상을 연결시켰다. 콘텐츠를 올린 창작자에게 ‘스팀’과 같은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예약판매(크라우드펀딩)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퍼블리(Publy)’도 주목받는 플랫폼이다. 한 달에 40~50건씩 들어오는 작가·예비작가들의 기획안 중 일부는 퍼블리와 협업을 거쳐 온라인에서 출간된다.

SNS에서의 글쓰기는 출판 시스템도 변화시켰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올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읽힌 저작물을 출판사에서 책으로 엮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쓴 글들이 인기를 끌며 소설집을 낸 김동식 작가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일상을 담은 글들을 엮어 ‘달의 조각’을 펴낸 하현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미디어 전문가인 하세가와 하지메는 과거 출판 구조를 ‘퍼블리싱(publishing)’이라고 칭했다면 온라인에서 글을 올리는 동시에 퍼지는 현재 시스템은 ‘퍼블리킹(PUBLICing)’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감을 얻는 글의 유형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권위를 가진 소수가 다수의 독자를 상대로 ‘가르침’을 주려 했다면 요즘에는 각각의 개인이 작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고성장 시대를 살았던 과거 세대가 ‘이케아 세대(스펙은 좋지만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현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며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이 녹아 있는 글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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