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디지털에 강한 기업이 돼야 한다”며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섰다. 첨단 기술과 융합되고 있는 제조업 혁명에서 뒤지면 전선·전력 인프라·트랙터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 회장은 특히 가상현실(VR), 3D 프린팅, 원격진단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과 기존 사업과의 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 올릴 것을 주문했다.
7일 LS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5일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술협의회를 통해 “외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오픈 이노베이션 등 스마트 R&D 방식을 통해 디지털에 강점이 있는 LS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LS엠트론 전주사업장에서 열린 기술협의회에는 이학성 ㈜LS 사장, 김연수 LS엠트론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TO 10여 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의 ‘스마트 R&D’에 대한 독려는 각사 CTO들이 준비한 CTO 전략 과제를 보고받은 직후 이뤄졌다. 구 회장은 “R&D와 생산 현장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R&D Speed-Up’과 ‘디지털 전환’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이라며 “CTO들이 주축이 돼 뛰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라 현장에 나가는 게 좋다”며 “근 4년 만에 엠트론 전주사업장에 왔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해 뿌듯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날 LS엠트론은 VR, 3D 프린팅, 원격진단 서비스와 같은 기술을 생산 및 개발 현장에 적용하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그룹 관계자는 “VR을 통해 제품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안, 자동차 트랙터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생산하는 방안 등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또 LS산전, LS Nikko동제련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LS전선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 사업을 각각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자율주행 트랙터, 드론 기술 시연 등을 함께 한 후 트랙터 조립과 엔진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LS는 보수적인 굴뚝 산업에 속한 기업 중 R&D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기술협의회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이다.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기술협의회를 진행하는 방식도 구 회장이 직접 제안했다. 구 회장은 LS전선 구미사업장, LS산전 청주사업장, E1 여수기지 등 주요계열사 사업장에서 열린 기술협의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룹의 R&D 전략과 현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지난해 초에는 지주사에 기술전략부문을 신설해 CTO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기술협의회는 (구 회장이 강조하는) ‘현장 경영’의 일환”이라며 “생산현장에서 첨단 기술의 활용이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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