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각종 실무를 주도했던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장석 전 넥센 히어로즈 대표의 항소심 사건 변호인단에서 사임했다. 최근 그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에 이 전 대표 형사 항소심과 관련한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받고도 투자자에게 약속한 지분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지난 3월부터 그의 항소심 변호를 맡아 왔다. 이는 임 전 차장이 변호사를 개업한 뒤 처음 맡은 사건이기도 하다.
임 전 차장은 법관 사찰 및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가장 핵심 연루자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사법부 특별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5년 사법부의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재판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는 문건을 직접 작성, 또는 지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철도노조 파업 사건, 통상임금 판결 등을 사법부의 협조 사례로 들었다. 또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 판결 등은 청와대 접근 카드로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그의 이번 사임이 최근 재판거래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신이 주요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변호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 사건을 승소로 이끌어봤자 또 다른 전관예우 논란만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가 사임계를 낸 날은 일선 판사들이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결의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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