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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黃 회장 구속영장 신청...정권교체기 'CEO 잔혹사' 반복

3년간 11억여원 '상품권 깡'

의원 99명에 4억여원 전달

황회장측선 "해당부서 일탈"

내주 MWC상하이 출장 못가

5G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빨간불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 17일 불법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서울경제DB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 됐던 KT(030200)의 ‘최고경영자(CEO) 잔혹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CEO리스크가 커지면서 연간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5G 등 미래 성장 산업 관련 밑그림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 등 임원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여간 상품권을 구매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인 ‘상품권 깡’을 통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총 4억4,19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KT 대관부서인 CR부문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동원돼 이 같은 후원이 이뤄졌다. 이들은 경쟁사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법인자금으로 주유상품권 등 상품권 수억원어치를 구입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 총 11억5,000만원을 마련했으며 이 중 4억여원이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사용됐다. 후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7억여원은 골프 접대, 유흥업소 접대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시 KT 임원들이 이러한 내용을 황 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까지 받았다는 진술 및 정황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황 회장 측은 경찰 조사에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나 기억이 없다. 해당 부서의 일탈행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결국 황 회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주인이 없는 KT를 개국 공신을 위한 자리 챙겨주는 곳으로 이용하려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올 들어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한 이사회 권한 강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참여정부 시절 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정권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왔다.

KT가 전사적으로 추진해 온 5G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황 회장은 다음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에 참석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관계자들을 만나는 한편 중국의 모바일 기술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중국 일정 소화가 불투명해졌으며 ‘모바일 굴기’를 선언하고 있는 중국 등 경쟁국에 5G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같은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배경에는 결국 정권 교체기마다 재연되는 ‘CEO 리스크’도 큰 이유 중의 하나”라며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국내 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사실상 정권 차원의 CEO흔들기는 되짚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철민·최성욱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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