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과 중견기업이 꾸준히 나오려면 무엇보다 소상공인을 ‘스케일업’할 수 있는 사다리가 필요합니다. 소상공인이 성장해야 중소기업이 되고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중견기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윤재(62·사진)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은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경쟁력 있는 3~5년차의 소상공인 40~50명을 육성하는 입주공간인 ‘점프업 허브’를 마련해 이들이 능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점프업 허브는 오는 8월 이후 서울 구로구 미성빌딩에 마련될 예정인 소상공인 입주·보육 센터다.
이 이사장은 지난 1991년 숭실대 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연구에 매진한 학자 출신이다. 그가 희망재단에 첫발을 들인 것은 중소기업학회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이다. 당시 첫 이사진을 꾸리던 희망재단에서 학계 출신 이사로 이 이사장을 영입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올해 3월30일 만장일치로 4대 희망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 이사장이 임기 동안 추진하려는 핵심 사업은 점프업 허브 구축이다. 이 사업에는 그만의 ‘이론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 그는 “소상공인 문제의 핵심은 정책이나 지원 역량이 ‘입구(창업지원)’에 쏠려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정작 잠재력을 지닌 소상공인이 타고 올라갈 성장 사다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3~5년 업력의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선발해 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데 점프업 허브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력 3~5년은 데스밸리(창업 초기 기업이 겪는 경영난)에 해당하는 시기다. 데스밸리에 빠진 유망한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스케일업을 목표로 하는 점프업 허브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3~5년차 자영업자 중에는 업종 전환이나 전략 변경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 맞춤형 훈련과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맞춤형’을 언급한 첫 번째 이유는 데스밸리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생각에서다. 보통 데스밸리가 자금 차입 압박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기술 개발 실패, 경영 실패, 아이템 실패, 사람관리 실패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생태계’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소상공인이 자발적이되 좀 더 수월하게 사업 역량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데 점프업 허브의 역할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기 잡는 법’을 강조한 이유다. 이를 위해 희망재단은 경영 컨설팅, 모바일 마케팅 교육,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대출을 연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유치 업종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풀을 구성해 다양한 업종에 문호를 열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은 생각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창업을 돕는 데만 지원이 쏠렸지 정작 막 사업을 시작한 소상공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은 부족했는데 희망재단이 소상공인의 ‘점프 업’을 위해 불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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