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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 때문에…" 억울한 인터넷은행

김기혁 금융부 기자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가 뒤늦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개별항목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왜곡의 소지가 있는 수치가 담겼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여신 규모로 볼 때 인터넷은행(96.1%)이 시중은행(84.8%)보다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카카오뱅크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내준 보증부 중금리 대출이 빠졌다. 전체 차주 수 가운데 약 40%가 보증부 형태로 중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데 한은이 이 통계를 누락한 것이다. 한은은 다만 주석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한 보증부 대출(공적기관 보증)을 포함할 경우 중신용 차주의 비중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적시했다. 언뜻 보면 논란이 될 가능성을 알고도 공식 통계에는 누락하고 주석에만 단 게 아니냐는 지적을 살 수 있다. 특히 주석은 본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처리돼 꼼꼼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데다 보증부 대출 비중도 언급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졸지에 신용이 좋은 고신용자 위주로만 대출영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오해를 사게 됐다. 금융 당국이 저신용자 대출인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전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만 따로 가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국회에서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공급한다는 설립 취지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경우 숙원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더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인터넷은행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한은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 같은 통계를 내놓으니 세간의 인식이 굳어질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은은 보증부 대출은 보증기관이 부실의 책임을 떠안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금리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다는 점에서 대출의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자의적 기준은 여신 리스크 관리 측면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에서 보증부 대출을 받은 차주가 다른 금융기관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 부실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게 간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총괄하는 한은 입장에서 인터넷은행의 여신 규모는 미미한 수준일 수 있다. 금리 인상기에 취약차주의 작은 부실 가능성이라도 꼼꼼히 모니터링하려면 관련 통계를 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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