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대중화되려면 겨루기나 발차기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구·미트·쉴드 등 태권도용품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함으로써 신개념의 태권도 놀이 문화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이진재(47·사진) 제미타(Zemita) 대표는 대학 동료가 창업한 무토(MOOTO)에 2000년 합류하며 10년 넘게 태권도용품 시장에서 내공을 쌓았다. 그러다 2013년 따로 제미타를 창업한 이후 태권도용품과 IoT를 결합해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됐다. 그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태권도용품에 IoT를 적용한 시도가 거의 없었던 만큼 다양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태권도 시장과 다른 무술용품 산업으로도 파이를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미타는 입식 격투 관련 기본 용품과 타격 감지 센서를 넣은 전자 겨루기 시스템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발차기와 펀치의 파워, 반응속도, 스피드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센서를 애플리케이션(앱)에 연동해 태권도, 격투기 산업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 모델은 ‘게임처럼 즐기는 태권도’다. 호구나 샌드백에 스마트폰 앱 게임과 연동되는 타격 센서를 탑재해 단순히 미트를 차는 데에 그치는 태권도 발차기 훈련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그는 “가령 휴대폰을 TV 화면에 연결한 후, 앱을 켜면 격투 게임처럼 체력 게이지가 뜨는 창이 나온다”며 “이때 두 사람이 앱에 연결된 샌드백을 차면 IoT센서가 발차기 강도를 인식해 그만큼 화면에 나와 있는 체력 바를 깎아 마치 격투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이 발차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태권도의 게임화’에 착안한 이유는 태권도 산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태권도장과 태권도인 수 모두 줄어들고 있다”며 “도장에서 겨루기나 발차기보다 품새나 태권 체조 등에 치중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 태권도 수요층이 유소년 위주로 편성되고, 태권도를 단순 정신수련이 아닌 체육, 놀이, 문화로 보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그는 “마치 축구 스쿨에서 아이들이 축구로 놀면서 자연스레 실력을 키우는 것처럼, 태권도장에서도 이왕이면 태권도로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미국, 중국, 독일에서도 이 게임 시스템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미국에서 저희 제품을 이용해 누가 제한시간 안에 더 많이 차는지 겨루는 대회도 수차례 개최했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제미타는 해외에서 매출의 50% 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페24를 통해 해외 쇼핑몰을 열었던 게 도움이 컸다”며 “특히 해외 딜러들과 거래할 경우 해외 쇼핑몰을 활용하면 따로 종이 카탈로그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격투 시합에 전자채점 시스템도 납품하고 있다. 보통 올림픽이나 대규모 공인 대회에선 타격 점수를 측정하기 위해 선수들이 전자호구를 입고 시합에 참여한다. 여기서 쓰이는 전자호구는 세계태권도연맹의 공인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비공식 대회에서 쓰기엔 가격 부담이 크다. 이 대표는 “중국 일부 대학에 입시용 측정장비와 국내 각종 태권도대회에 시합용 전자겨루기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해외 업체와 타격용 스코어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으며 복싱에도 시스템 납품을 준비하는 등 격투기 전반으로도 시야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의 꿈은 국내 격투 용품 업체들이 해외에서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그는 “가라테의 경우 체육뿐 아니라 산업까지 상당히 발달해있지만, 태권도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해외시장 진출, 격투오락 등 일반시장 진입, 그리고 태권도 전문시장 심화·다양화를 키워드로 잡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