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종부세 개편안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휙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발표한 권고안을 토대로 만들었다. 권고안과 비교해 주택분 종부세를 더 올리고 별도합산토지는 인상안을 받지 않은 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먼저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매년 5%포인트씩 90%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80%에서 내년 85%, 2020년 90%다. 권고안은 매년 5%포인트씩 올리되 시한을 정해두지 않아 4년 뒤 100%로 사실상 사라지도록 설계됐다. 공시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 곱해 실제 과세표준을 낮춰주는 기능을 했지만 내년부터는 이 같은 할인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다. 정부가 공시가액비율을 90%에서 묶어둔 이유는 올해 공시가격이 서울 10.19%, 전국 5.02% 오르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 만큼 공시가액비율까지 없앨 경우 세 부담이 과도하게 빠르게 늘 수 있어서다. 재산세 공시가액비율이 현행 60%로 종부세와 지나치게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고려됐다.
주택분 종부세 세율은 과표 6억원 이하는 바꾸지 않고 6억원 초과분은 구간별로 0.1~0.5%포인트 올린다. 특히 3주택 이상자는 세율에 0.3%포인트를 더 얹기로 했다. 권고안은 6억원 초과분에 0.05~0.5%포인트 올리되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 방안을 검토하라’였다. 정부는 과표 6억~12억 세율을 현재 0.75%에서 권고안 0.8%보다 0.05%포인트 높은 0.85%포인트로 제시했다. 이 구간 1주택자의 시가가 23억~33억원, 다주택자는 19억~29억원으로 고가주택인 만큼 누진도를 키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종부세는 누진구조인 만큼 이 구간 종부세율인 높아지면 12억 초과구간도 함께 인상된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는 과표 6억원(시가 19억원)초과 3주택 이상자의 세율을 0.3%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이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다주택자는 1만1,000명(2016년 결정기준)이다. 다만 3주택자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뒤 장기임대(8년) 시 종부세를 비과세하는 만큼 임대주택 등록이 많아지면 가산세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다. 기재부는 “부동산 자산 선호 현상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1세대 1주택자는 많게는 30%가량, 3주택 이상자는 70%가량 종부세가 늘 것으로 추정됐다. 기재부가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예측한 결과 시가 34억3,000만원 1주택 보유자는 과세표준이 12억원으로 종부세가 554만원에서 713만원으로 159만원(28.7%) 늘었다. 시가 50억원은 1,357만원에서 1,790만원으로 31.9% 오른다. 2주택 이상자는 시가 23억6,000만원일 경우 과표 8.4억원이 적용돼 세금이 334만원에서 507만원으로 51.8% 오르고 시가 34억3,000만원과 50억원인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종부세는 각각 568만원(73.5%), 1,179만원(74.8%)으로 치솟는다. 이 세금에는 농어촌특별세(종부세의 20%)도 반영됐다. 다만 종부세는 세부담 상한제에 따라 전년대비 50% 이상 오르지 않게 설계돼 실제 최대 부담 증가폭은 50%다.
과표 6억원 이하 종부세가 현행 세율을 유지하면서 납세자 27만4,000명 중 91%인 24만8,000명은 세율이 오르지 않는다. 2만6,000명이 영향을 받는 셈인데 전체 소유자의 약 0.2% 가량이다.
실제 아파트를 기준으로 서울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자이, 잠실주공5단지 등 주요 주택 3채 보유자는 종부세 부담액이 420만~1,970만원(63.7~7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에 따른 납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납대상을 납부세액 500만원 초과자에서 250만원 초과자로, 분납기간은 납부기간 경과 후 2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완화하기로 했다.
토지분 종부세는 나대지나 잡종지 같은 비사업용 토지로 종합합산토지로 분류되는 경우 권고안을 그대로 인용해 세율을 0.25~1%포인트 올린다. 반면 상가나 빌딩, 공장부지 위주의 별도합산토지는 특위의 인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주로 기업등이 포함되는데 4,534억원 가량의 세금 폭탄을 피한 셈이다. 최근 기업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세율 인상으로 생산원가가 오를 수 있고 상가 종부세가 임대료에 전가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단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토지분 종부세도 함께 오르는 만큼 내년 실제 부담은 증가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주택분 종부세를 내는 27만4,000명은 1,521억원의 세금을 더 낸다. 권고안(897억원)보다 41% 늘었다. 종합합산토지 납세자 6만7,000명은 권고안과 마찬가지로 5,450억원을 더 낸다. 이에 따라 전체 세수 증대분은 7,422억원 가량이다.
정부는 종부세 수입은 전액 지방에서 쓰도록 할 방침이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배분해 국가 균형발전을 지원하고 신혼부부 취득세 50% 감면 등 배려계층의 거래세 부담을 줄이는 데도 활용한다.
종부세 강화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5년 0.8%에서 2022년 1%로 오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에 도달한다.
정부는 오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해 8월 중순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될 경우 2019년 6월1일 현재 공시가격이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나 공시지가 5억원(별도합산토지는 80억원)을 초과하는 토지 보유자가 개편된 제도를 적용받는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이 상당 부분 특위 권고안을 따랐지만, 3주택자 추가 과세나 별도합산토지 세율 현행 유지 같은 핵심 조항들은 권고안의 소수의견이 채택됐다. 소수의견은 사실상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특위 논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미 특위가 권고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안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올 하반기 특위의 추가 세제 권고안도 실제 반영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특위의 무용론도 대두된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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