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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머나먼 ‘北비핵화 길’ 확인해준 북미 고위급회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7일 이틀간 평양에 머물렀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문까지 냈다.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이 결실을 얻지 못한 것은 양국의 인식차 때문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이 평화체제의 선차적인 요소지만 미국이 뒤로 미뤄놓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의 진전이 있기를 기대했으나 미국의 반응이 없자 반발한 것이다. 그러나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다 되도록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선뜻 종전선언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한미 양국은 북미대화 지원을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한미 해병대훈련까지 중단했지만 북한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차는 앞으로 북한과의 핵협상 과정이 얼마나 멀고 험할지를 말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핵화 협상에 대한 동력제공 차원에서 종전선언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수십년간 진행돼온 북핵 문제가 단시일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비핵화 로드맵이 나와야 하고 핵물질 신고와 검증·폐기 등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의 성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아직 핵물질이 북한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는데 우리만 무장해제를 할 수는 없다. 종전선언과 경제제재 해제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실행을 봐가며 해도 늦지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너무 조급해하면 안 된다. 정부는 이번이야말로 북한 핵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일본 등 우방국들과 공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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