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는 한편 인력 감축을 걱정하고 있다.
1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A씨는 “받는 사람은 좋은데 주민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간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월급이 올라서 좋았지만, 또 올라간다니까 걱정부터 든다”며 “지난해부터 경비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러다가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 경비원 이모(75)씨는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고 하니 괜히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며 “퇴직하고 겨우 일자리를 얻었는데 해고당하면 또 어떻게 취직을 하겠는가”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최저임금이 오른다 해도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올해초 일부 아파트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명목상 휴게시간을 늘리는 꼼수를 썼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비원 94명을 전원 해고한 뒤 74명만 용역업체를 통해 재계약하는 등 내홍을 겪었던 압구정 구현대아파트에는 경비 초소마다 ‘지금은 휴게시간입니다’라는 팻말이 걸려 있는 상태다.
팻말에는 오전 10시∼오후 1시 30분, 오후 4시∼오후 6시 30분, 오후 11시∼오전 6시는 경비원 휴게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근무하는 날의 24시간 중 13시간은 휴게시간이다.
그러나 명목상 휴게시간에도 곳곳에서 주민의 짐을 들어주거나 대리 주차를 해주는 경비원들이 눈에 띄었다.
주민 차를 대신 빼주던 경비원 B씨는 “지금 휴게시간 아니냐”고 묻자 “그게 그렇게 말처럼 되느냐”며 반문했다.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였다지만 근무시간과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 ‘무급 노동’이 됐다.
또 다른 경비원 C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휴게시간을 더 늘리지 않겠느냐. 전체 월급은 별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면서 “사실 중요한 것은 휴게시간도 최저임금도 아니다.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용역업체 마음대로 경비원들을 자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경희인턴기자 crencia96@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