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월 10만원 대에 이용 가능한 완전무제한 요금제 등이 포함된 신규 요금제 ‘T플랜’을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통신 요금을 최대 50% 할인해 주는 ‘T끼리 온가족 할인’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아직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요금 인가를 받지 않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규 요금제에 온가족 할인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반면 적용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 반발이 상당할 전망이라 SK텔레콤으로서는 ‘온가족 할인 딜레마’에 놓인 모습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10년 온가족 할인 가입자가 출시 2년 만에 5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자료를 낸 이후 관련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 가입자 수가 2,700만여명인데다 온가족 할인 가입 범위 또한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조부모 및 손자녀 포함) 및 형제자매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최소 1,0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5인 가족의 경우 가족 모두 SK텔레콤에 신규 가입하고 추가로 유선회선 한개에 가입할 경우 5년만 지나면 최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할인율을 살펴보면 우선 기본 요금제 가입자는 가입기간 △10년 미만 10% △20년 미만 20% △30년 미만 30% △30년 이상 50%의 요금할인을, 음성 무제한 밴드 요금제 가입자는 가입기간 △20년 이상 30년 미만 10% △30년 이상 30%의 요금할인 혜택을 각각 받을 수 있다.
온가족 할인을 최대로 받으면 무제한 요금제를 2만원 대에 쓸 수 있을 정도로 혜택이 엄청나다.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월 6만5,890원의 ‘밴드데이터퍼펙트’ 요금제는 온가족 할인 30%로 1만9,767원을 , 25% 약정할인으로 1만6,473원을 추가로 할인 받으면 월 2만9,650원에 이용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의 골격이 월 1GB 이상 데이터 및 음성 200분 이상에 요금이 2만원대(약정할인율 25% 적용 후)인 점을 감안하면 보편요금제 혜택을 크게 상회한다. 이 같은 높은 할인율 때문에 SK텔레콤 내부에서도 ‘역마진 상품’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번에 새로 나올 예정인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 또한 온가족 할인 및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할 경우 요금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실제 월 6만9,000원에 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라지 요금제’는 3만1,050원에, 월 7만 9,000원에 15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패밀리 요금제’는 3만5,550원에 각각 이용할 수 있다. 월 10만원에 속도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피니티 요금제’는 월 4만5,000원에 이용 가능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경쟁사의 장기 가입고객 혜택과 비교하면 온가족 할인의 장점이 두드러진다. KT(030200)는 별도 요금 할인 프로그램이 없으면 장기 가입 고객에게 멤버십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거나 1GB 상당의 데이터 또는 음성통화 30분 가량을 제공하는 ‘팝콘’을 제공 중이다. LG유플러스(032640)의 경우 모바일과 인터넷 서비스 합산 이용기간 별로 가입기간 △7년 이상 10년 미만 7% △10년 이상 15년미만 10% △15년 이상 15%의 할인율을 제공하지만 최고 할인율이 SK텔레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온가족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써왔다. 지난 2015년 데이터 중심의 밴드 요금제를 내놓았을 당시에는 거품을 낮춘 순액요금제란 이유로 온가족 할인 가입자가 해당 요금제 가입시 할인율을 기존 요금제 대비 20%포인트 낮췄다. 또 가입 합산 기한 산정 시 월 단위를 절사하는 방식을 적용해 혜택 문턱을 높이기도 했다. 실제 SK텔레콤의 15년 11개월 가입자와 14년 11개월 가입자의 누적 가입기간을 더하면 30년 10개월이지만 온가족 할인 적용 시에는 29년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온가족할인 가입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영향으로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불법 보조금 살포가 줄어 기존 이통사를 고수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온가족 할인이 처음 나왔을 당시인 2008년만 하더라도 ‘고객 락인(Lock In)’ 효과가 상당해 호평이 많았지만 이후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요금제 전면 개편의 영향 등으로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계륵’ 같은 상품이 됐다”이라며 “SK텔레콤이 온가족 할인에 손을 댈 경우 가입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돼 어떻게 결론을 내든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