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도덕성이나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시동을 걸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도 활기를 띨지에 관심이 쏠린다. SRI 펀드는 편입 종목을 결정할 때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비재무적인 요인을 고려해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의 한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와 맞물려 우후죽순 출시됐다가 사실상 ‘아무도 찾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1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SRI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총 30개다. 올해 수익을 낸 상품은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소외된 상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좋은기업ESG증권투자신탁(주식)C5’는 올해만 -9.98%의 손실이 났고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사회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C-I’도 -7.02%를 기록하고 있다. 6개월로 보면 두 펀드는 각각 -12.24%, -11.35%의 수익률로 더 좋지 않다. ‘HDC좋은지배구조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C’는 -7.81%, ‘한화ARIRANGESG우수기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7.31%, ‘신한BNPP Tops아름다운SRI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은 -5.75%를 보이는 등 모든 SRI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연초 이후 모든 펀드에 순유입된 설정액도 1억원 미만일 만큼 수요도 적다. 최근 대한항공 갑질, 네이처셀 대표 구속, 엔케이 허위 취업 등의 이슈로 소위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설정액이나 수익률 측면에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금융투자 업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되면 SRI 펀드도 장기적으로는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일본 증시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증시가 한 단계 올라섰듯이 국내 증시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26일 확정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추세로 자리 잡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ESG 강화에 대한 업계의 기대도 크다”며 “국민연금이 대부분 기업의 2대 주주인 만큼 지배구조나 주주정책이 미흡해 저평가됐던 기업들이 재평가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장기 전망은 밝아도 단기 수익률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ETF가 수익률 측면에서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아직은 펜션펀드(연기금) 등이 의무적으로 하는 분위기지만 최근에는 ESG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거나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라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만큼 분위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부문 상무도 “ESG 분야에 아직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는 않다”면서 “이런 투자도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것 같고 ESG ETF 거래 활성화나 규모 확대 등 측면에서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