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대출사기 사건을 놓고 6개 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벌인 3,600억원 소송전이 양측의 5대5 과실로 결론이 났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NH농협·IBK기업·산업·KB국민·Sh수협 등 6개 은행은 법원 중재 불수용 의견서 제출기한인 지난 27일 이전에 모두 수용의사를 전달하면서 4년간 끌어온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전자제품업체 모뉴엘은 허위 수출자료로 무보의 보증을 받아 이들 은행에서 7년간 3조2,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후 2014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파산했다. 은행들은 모뉴엘에 수출보증을 해준 무보에 단기수출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무보 측이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소송전으로 번졌다. 무보를 상대로 낸 소송에 걸린 금액은 각각 IBK기업은행 990억원, KEB하나은행 916억원, NH농협은행 620억원, KB국민은행 550억원, 산업은행 465억원, Sh수협은행 110억원 등이다. 허위 수출이 단기수출보험 적용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1심 법원들의 판결이 엇갈리자 서울고법은 6개 은행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소송에 대해 13일 50대50으로 책임비율을 조정하는 일괄 강제 중재안을 제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심 소송에서 승소한 은행들은 좀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상급심에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소송 비용과 기간을 감안해 법원의 중재안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는 30일 수용의사를 직접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 관계자는 “은행들이 법원의 중재안을 수용한다면 (무보가) 굳이 나서서 소송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수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다만 국내 소송 마무리와는 별개로 미국 업체에 대한 소송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하나·기업·농협 등의 은행들은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에 가담한 미국의 PC부품 전자상거래 업체인 뉴에그와 부품 도매업체 ASI 등을 상대로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방법원에 2억3,00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모뉴엘과 짜고 실제보다 최고 300배나 되는 가격으로 홈시어터PC를 주문해 모뉴엘이 허위계상된 매출채권을 담보로 국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게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황정원·김상훈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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