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북 격차 해소’, ‘시민 삶의 문제 해결’ 등을 화두로 안고 관사를 잠시 떠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으로 입주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대한민국 ‘99대 1의 사회’가 어떻게 마을에서 동네 경제, 골목 경제를 유린하는 현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입주 19일째를 맞은 이 날 삼양동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삼양동 생활과 그동안 현장을 지켜본 내용을 이렇게 전달했다.
‘99대 1의 사회’란 사회의 1%가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는 소외되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박 시장은 “옛날에는 동네마다 구멍가게, 양장점, 전파상, 작은 식당들이 있었는데 다 사라졌다. 큰 도로변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있는데 대부분 대기업 프랜차이즈 이런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단순히 서울의 한 동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전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이런) 거대한 도전과제에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옥탑방에 입주한 박 시장은 강북구의 현장 곳곳을 돌며 시민을 만나면서 강남·북 균형발전, 시민 삶 개선 등을 고민하고 구상해왔다. 박 시장은 오는 19일 ‘옥탑방 한 달 살이’를 통해 마련한 각종 정책과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울퉁불퉁한 도로 보수 문제, 삼양동 꼭대기에 도시가스가 안 들어가는 200여개 집들의 문제 등 간단한 일들은 이미 해결했다”며 “여기 들어오면서 갖고 온 큰 화두들은 하루아침에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 보면 정말 많은 대안이랄까 이런 게 많이 나온다”며 “제가 뭘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 시장은 옥탑방 생활에 대해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더위는 결국 서늘함에 질 것이다. 고통은 늘 이후에 즐거움으로 보상될 것이다. 덥고 좀 힘들지만, 서울의 미래에 여전히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공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얼린 물통을 수건으로 단 천연에어컨, 부채 등 각종 더위나기 용품이 전국 곳곳에서 답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사람들은 저보고 ‘체험하러 왔다’, ‘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체험하러 온 게 아니라 살러 왔고, 문제를 해결하러 왔고 일을 하러 왔다”고 역설했다.
다만 “시민들 만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죄 없는 아내, 직원들, 강북구 직원들 생고생하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에는 박 시장의 옥탑방 옆집에서 40대 남성이 숨진 지 수 일 만에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가슴 아프다. 들어보니 아직 40대 청년이고, 장애인이더라”며 “도시에서 이런 외로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또 하나의 과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 의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사례발굴을 해서 배타적 입장이더라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되돌아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종합대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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