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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스크'에 비상등 켜진 산업계] 리라화 가치 폭락…현대차 제조원가 급등·LG전자 환 손실 우려

부품비 상승에 가격 경쟁력 잃고

수입가 올라 한국차도 판매 타격

"하반기 터키 영업 최대한 보수적"

기업들 생산공장 많은 신흥국에

금융위기 옮겨붙을까 좌불안석





터키 금융위기가 단기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지에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들도 비상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터키 금융위기가 유럽과 아시아 또는 신흥국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기업들의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터키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은 일제히 현지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현지에서의 외환 조달 등에 어려움이 없는지, 환 손실은 얼마나 발생할지 등 재무적인 상황을 집중해서 챙기고 있다.

터키에는 한국 업체가 꽤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도 터키는 보스포루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 영토를 걸친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비해 인건비가 싸 유럽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를 세우기에 좋다. 정정불안이 상존하고 중동 정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기업들이 터키를 산업 요충지로 여기는 이유다.

터키에 있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 사업장은 현대자동차 공장이다. 이즈미트시에 연산 6만대 규모로 지난 1997년 준공해 2007년 10만대, 2013년 20만대로 증설했다. 생산 차종은 유럽 전용 경차 ‘i10’과 소형 해치백 ‘i20’이다.

일단 현대차는 “터키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90%는 서유럽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수요 측면만을 고려한 답변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다. 터키 공장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달러화를 주고 부품을 수입한다. 그런데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게 되면 부품 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해 완성차 제조 원가가 올라간다. 결국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터키에서 만든 차는 수익성을 상실하고 터키 공장은 유럽 각국에 차를 수출할 수 없는 생산기지가 되고 만다.

터키 자동차 시장도 문제다. 현대차는 터키 내 판매량 중 절반은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 공장과 체코 등 유럽 내 공장에서 만든 차를 가져다 판다.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 터키 차 시장 자체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리라화 가치가 낮게 유지될 경우 차 수입 가격이 올라 한국 등에서 생산한 차는 터키에서 팔기 어려워진다.



현대차 터키 공장은 올해 상반기 10만7,318대를 생산해 내수 시장에서 8,972대(8.4%)를 팔고 9만8,346대(91.6%)를 수출하는 등 순조롭게 가동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 터키 판매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터키 업체 아르첼릭과 50대50으로 합작해 현지 법인을 세우고 에어컨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현지 사업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출을 달러로 바꿀 때 환 손실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지 판매량이 줄면서 터키로 보내는 부품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LG전자는 터키를 중동·아프리카 권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권역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 5.5%선에 그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번 사태가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터키는 중동·아프리카에서 두바이·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이어 3~4번째 시장이어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이 비슷하다. 중동·아프리카의 매출 비중이 10% 미만이지만 터키가 이 권역에서는 2~3번째 시장이라 상황에 따른 다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은 이스탄불 인근에 스판덱스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제거래의 대부분을 달러화로 하고 있어 리라화 가치 폭락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효성 관계자는 “현재 수준으로서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사태가 심화하거나 장기화할 수 있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터키의 외환위기가 국경을 넘어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이다. 위기가 전이될 경우 외환시장과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들이 가장 위험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체코·러시아·브라질·멕시코·인도 등 신흥국 곳곳에 공장을 두고 있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시장 부진을 유럽과 신흥국이 커버해주고 있었는데 이번 터키 사태가 터졌다”면서 “생산 법인이 있는 국가의 현지 소식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중 통상분쟁으로 가뜩이나 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마당에 이머징마켓으로 위기가 전이될 경우 해외 영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동남아·남미 등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경우·신희철·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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