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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지역 콘텐츠 산업 키우려면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부원장





일반 국민도 알 만한 인기 콘텐츠는 거의 대부분 서울 또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한류 붐’의 일등공신인 드라마 ‘겨울연가’나 ‘대장금’을 만든 방송국과 제작사,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일으킨 연예기획사, 글로벌 온라인 게임을 만든 대기업 모두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울과 지역 간 격차는 비단 경제력에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산업의 격차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2017 콘텐츠산업 통계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전체의 85.7%나 차지하고 있다. 한류의 높은 위상이나 세계 7위권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지역 콘텐츠 산업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다른 해외 선진국은 어떤가. 사실 문화·콘텐츠 선진국 가운데 중앙과 지역의 구분이 우리처럼 뚜렷한 곳은 거의 없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기업인 넷플릭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호세 부근에, 글로벌 최대의 게임 업체인 텐센트는 중국 남부의 선전에 본사가 있다. ‘포켓몬’ ‘슈퍼마리오’ 등으로 유명한 닌텐도의 본사는 인구 150만명이 사는 일본 교토시에 있다.



대한민국의 지역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다행히 최근 성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거의 방임 수준에 가까웠으나 최근 들어 ‘고르게 발전하는 중앙과 지역’을 목표로 정부가 지역 콘텐츠 산업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원 예산도 크게 늘었고 중장기 발전 로드맵도 처음으로 마련되고 있다. 성과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널리 알려진 어린이 그림책인 ‘구름빵’의 고향은 춘천이다. ‘두다다쿵’ ‘동개비’는 광주 출신이고 ‘배틀로봇 기데온’은 인천에서 탄생했다. 발 달린 고등어로 유명한 ‘꼬등어’ 캐릭터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특히 ‘구름빵’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 제작돼 수천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해외 15개국 이상에서 방영됐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두다다쿵’ 역시 중국 시장에서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테마파크 사업에도 진출했다.

자본이 충분한 중앙과 비교해 결코 녹록지는 않겠지만 민관협력을 토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하게 지역의 잠재 역량을 끌어내고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지역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는 날도 다가올 것이다. 콘텐츠로 지역이 골고루 풍요로워지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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