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동굴에서 발견된 뼈 화석..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10대 딸로 밝혀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2012년 발굴된 데니소바 동굴 뼛조각 DNA 분석

호모 사피엔스 등장 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간 이종교배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0대 소녀의 뼈 화석. /출처=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지난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 동굴에서 발견된 뼈 화석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을 때 유라시아 지역에서 살다가 4만여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서 태어난 10대 소녀로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PI-EVA) 스반테 파보 박사와 비비안 슬론 박사팀은 23일 네이처에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러시아 고고학자가 2012년 발견한 뼛조각 화석(데니소바 11)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결과,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3세가량의 소녀라고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약 39만년 전 갈라진 호미닌(사람족)으로, 이들 사이에 종간교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것이 DNA 분석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와 일정 기간 공존하다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을 발굴하고 있다. /출처=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이 소녀의 아버지인 데니소바인의 조상 중에 네안데르탈인이 있었으며, 어머니는 유전적으로 데니소바 동굴 가까이에 살던 네안데르탈인보다는 서유럽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간 이종교배가 아주 드문 사례가 아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네안데르탈인이 멸종 전 수만년 간 유라시아 동·서부를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스반테 파보 박사는 “게놈 염기서열이 분석된 얼마 안 되는 고대 인류 화석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자손이 발견됐다는 것이 놀랍다”며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았겠지만 짝을 이룬 것도 생각했던 것보다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mail]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 주변을 항공촬영한 모습. /출처=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