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라고 질문을 하면 ‘집 짓는 사람이요’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종류의 건축물이 있어요.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학교를 비롯해 집· 회사·공공기관은 물론 공원, 쇼핑몰 등 아주 다양한 건축물이 있어요. 그것을 설계하고 시공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직업이 바로 건축가입니다.”
지난 24일 대광고등학교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서양건축의 공간산책’ 첫 강의에서 정현정(사진) 다울.림 건축사무소장은 직업인으로서 건축가의 역할과 하는 일을 소개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년째다. 이번 강좌는 동대문도서관이 지역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다.
학생들의 진로와 연계해 진행하는 이번 강좌에서 정 소장은 대학 진학과 졸업 후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어떠한 경로를 거치게 되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건축과로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서 졸업 후에 곧바로 창업하기는 어려워요. 3~5년 정도의 수련과정을 거치고 기존의 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은 후 40대 이후에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내건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게 되지요. 물론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되거나 공무원이 되는 길도 있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건축가로 자격증을 따게 된다면 평생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어 신청한 대광고 1,2학년 학생 70여명이 모인 이날 강좌에는 현실적인 질문과 적극적인 대답이 오가면서 강의가 이어졌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에 얽힌 사실을 소개할 때는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정 소장은 동대문역사박물관에 위치한 DDP의 설계에 얽힌 이야기로 분위기를 바꿨다. “DDP는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가 당선되었어요. 총 건축비용이 4,800억원에 이르렀고, 그 중 설계비용은 약 10%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건축가가 없을까요? 당연히 있지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여러분들이 건축가가 되고자 한다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는 렌조 피아노라는 이탈리아 건축가의 설계가 공모에 당선되었고, 루브르 박물관 입구의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은 중국계 미국인 아이엠 페이가 설계를 했어요. 세계 무대는 열려있습니다. 실력으로 승부한다면 개인적인 부는 물론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명예도 얻게 되지요.”
프랑스 라빌레트 건축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의 건축물에 얽힌 스토리를 중심으로 근대 유럽의 도시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해 나갔다. 실제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가 이어지자 학생들은 귀를 쫑긋한 채 몰입했다. 총 3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1강 건축과 근대 이후 유럽 건축의 특징, 2강 근대 건축을 이끈 사람들, 3강 현대의 다양한 건축과 시도 그리고 미래의 건축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제 6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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