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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복덕방이 무슨죄?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집터와 묫자리를 찾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풍수지리설을 따라 길흉화복을 살폈다. 이사 날짜도 함부로 정하지 않는다. 흔히 이사는 ‘손 없는 날’에 한다고 한다. 여기서 손은 사방의 잡귀를 의미하는데 이런 불길한 날을 피해 택일하는 것을 ‘생기복덕(生氣福德)법’으로 부른다. 풍수지리설의 전통은 부동산중개업소에도 남아 있다. 바로 복덕방이다.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옛 이름인 복덕방은 주역의 ‘생기복덕’에서 유래했다. 가옥이나 토지를 풍수지리에 따라 구해야 복과 덕이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복덕방이라는 단어는 구한말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한매일신보 등 당시 신문에는 집 거래를 중개하는 복덕방 기사가 곧잘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 시인 정지용과 쌍벽을 이뤘던 문장가 이태준의 단편소설 중 하나가 ‘복덕방’이다. 복덕방이라는 말이 점차 사라진 것은 1980년대부터다.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부동산 붐이 일자 부동산중개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공인중개사 시험이다.



1985년 첫해에는 10만여명 응시에 무려 6만여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복덕방 주인은 대개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양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공인중개사들은 대개 복덕방이라는 용어를 비칭이라며 싫어했다. 전화해서 “복덕방이냐”고 하면 대뜸 화부터 내는 이들도 있었다. 복덕방은 ‘자격증이 없는 중개인’이 운영하는 업소로 구분해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복고풍 덕분인지 공인중개사들도 당당하게 복덕방 간판을 내건다. 친숙하고 정감이 있어 고객 반응도 좋다고 한다.

공인중개사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마구잡이식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일부 참석자는 삭발에다 혈서까지 썼다고 하니 뿔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더러는 편법 영업행위가 있을 것이지만 단속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단속반이 들이닥친다는 소식이 번지면 문부터 잠근다. 셔터를 내려도 휴대폰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한데 보여주기식 단속이 아닐 수 없다. 애먼 중개사만 욕받이로 만들어 투기를 잡을 수 있을까 싶다. 헛심만 쓰는 일이다. 어쩌면 시장은 단속반이 뜨는 순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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