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보수단체인 ‘연방주의자협의회’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분명하게 메시지를 밝히는데 ICC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 동맹의 뒤를 밟는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ICC) 판검사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그들의 미국 내 자금을 제재하는 동시에 미국 형사법에 따라 그들을 기소할 것”이라면서 “ICC의 미국인 조사를 지원하는 다른 국가와 기업에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은 지난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군의 기소면제 문제를 놓고 ICC와 정면 충돌한 바 있다.
■미 정부, ICC에 제재 경고 배경은
아프간 주둔 CIA요원 조사 차단
ICC “합법적으로 부여된 권한”
볼턴 보좌관이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ICC를 성토하고 나선 데는 ICC가 구금자 학대와 전쟁범죄 가능성에 관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조사하려는 움직임에 나서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ICC 검사들은 지난해 11월 아프간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를 받는 미군과 CIA 요원들을 조사하게 해달라고 ICC 재판부에 요구했다.
ICC는 볼턴의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우리는 로마조약이 정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행동하며 조약이 부여한 권한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집행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제재 위협은 팔레스타인 측의 요구로 ICC가 가자지구 유혈사태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범죄 혐의를 수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견제구 성격도 강하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ICC를 상대로 이스라엘에 대한 조사를 설득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동맹인 미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이 이날 PLO 워싱턴사무소 폐쇄를 운운하며 압박함으로써 ICC의 전방위 수사 차단은 물론 PLO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초강경 압박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행보를 가로막는 국제기구에 잇달아 ‘제재·탈퇴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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