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수행해 보여주기식 외교를 펼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달라’는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향해서는 “대통령으로서 품격 있는 언어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문 대통령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들러리 수행을 요구하지만 국회의 평양 동행이 필요하다면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한 의회와 정당의 연석회의를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인사들도 야권의 퇴짜에 잇따라 섭섭함을 쏟아내고 있다.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에 체류 중인 이 총리도 이날 동행 취재진에게 “거절할 수도 있는데, 거절의 이유가 좀 더 우아했으면 좋겠다”며 “들러리니까 안 간다든가 이런 표현을 지도자들이 쓰는데 굉장히 서운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임 실장도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동행을 거듭 제안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거듭된 요청을 야권은 ‘정치 술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당 대표가 왜 이렇게 졸(卒) 취급당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김성태)” “동행 강요가 데이트폭력 수준이다(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정당 대표와 같이 가고 싶다는 의견을 이미 지난달 5당 원내대표 간담회 자리에서 전달했다”며 “임 실장이 초청 의사를 재차 밝힌 것은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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