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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청춘공감 프로젝트 참여 '독성학 권위자' 박은정 교수 "이공계 연구인력 지원 더 활성화해야"

"남편 퇴사 안했으면 그만둬야 할

불안정한 상황서도 공부 끈 못놔

늦깎이 '포스트닥 펠로우십' 선정

노력하는 이들에 기회 확대를"

박은정 경희대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춘해’ 콘서트에서 본인의 실패 극복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KT




“제가 한국연구재단의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에 선정돼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정부나 사회에서 지원 제도들을 더 다듬고 활성화해 어딘가에서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K21(두뇌한국21) 등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책이 있지만 저처럼 명문대 출신이 아닌 연구원의 입장에서는 있는 줄도 몰랐던 제도였어요.”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상을 받은 후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실패박람회 홍보대사로 임명되고 KT의 청춘공감 프로젝트 ‘청춘해’에도 참여해 강연한 박은정(51)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어머니와 시아버지를 간병하다 마흔이 넘어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8년 3월 계약 종료가 예정된 무급 연구강사라는 불안정한 신분에서도 지난해 말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2017년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박 교수가 발표한 ‘은나노 입자가 트로이목마 타입의 메커니즘에 의해 세포 독성을 유도’를 비롯한 논문들이 500회 이상 피인용되며 세계 독성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박 교수의 이름이 알려진 결과였다.

박은정 경희대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춘해’ 콘서트에서 본인의 실패 극복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KT




동덕여대 건강관리학과를 졸업한 박 교수는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낳고 뒤늦게 석사 과정을 시작해 29세에 마쳤다. 하지만 이후 암에 걸린 어머니와 시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공부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8년 뒤 다시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건강관리학과에서 예방학으로 전공도 바꿨다. 하지만 박사 과정 한 달 만에 시아버지의 암이 재발했다. 박 교수는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연구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연구하는 나노독성학은 샴푸·자외선차단제·은나노세탁기 등의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분야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도 가족이 있었다. 박 교수는 “백혈병 오진을 받은 어린 아들이 한동안 항암제 투여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최대한 많이 알아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느꼈고 이 때문에 독성학을 공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30대 후반에 시작한 박사 과정 공부도 쉽지는 않았다. “어느 날 담당 교수님이 발표 자료를 파워포인트파일(PPT)로 만들어달라고 말씀하셨는데 PPT가 뭔지 몰라 옆자리 학생에게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거의 10년 만에 박사 과정으로 돌아오니까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더라고요.” 박 교수는 세계 상위 1% 연구자 시상식장에도 가기 싫었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계약 종료 예정인 무급 연구강사라는 불안정한 위치와 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병간호하다 마흔이 넘어 박사 학위를 받은 탓에 시상식에 가기 전부터 주눅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런데 시상식장에서 만난 정서영 경희대 부총장의 제안이 박 교수의 삶을 바꿨다. “경희대에서 함께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를 해보자고 하는데 그 말 한마디에 평생의 한이 풀린 듯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지난해 11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4개월 뒤 계약이 종료되는 무급 연구강사였을 뿐이었거든요. 계속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습니다. 이런 제 사연이 젊은 친구들에게 미약하게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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