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의 종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인진료비가 빠르게 느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오히려 총진료비를 낮춘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NIP에는 19개의 백신 접종이 포함돼 있지만 주로 영유아에게 집중돼 있으며 노인층을 위한 것은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 두 가지에 불과하다.
30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상반기 중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상포진에 더해 노년층의 A형 간염과 13가 단백접합폐렴 백신 등을 NIP에 포함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확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치료보다 예방이 환자의 삶의 질 차원에서 바람직한데다가 증가하는 노인진료비로 인한 재정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에서 가장 시급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상포진의 경우 지난 2009년 45만명 수준이던 국내 대상포진 환자가 71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50대 이상의 비중이 61.6%다.
백신 접종 확대가 빠르게 느는 노인진료비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료계와 학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병욱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6년 대상포진 환자를 나이에 따라 20~40세와 41~60세, 61~80세, 81세 이상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에 걸린 경우 치료비는 20~40세가 142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81세 이상은 282만원으로 가장 높아 노인층이 대상 포진에 걸릴 경우 치료비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전체를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경우 약 4조7,271억원(1인당 72만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NIP에 포함할 경우 추가되는 재정은 연간 65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전체 진료비는 전년 대비 12.1% 증가한 약 28조3,24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인당 연간 진료비가 400만원을 넘어섰다.
이평복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질환의 고통, 질병 부담 등의 측면에서 봤을 때 노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예방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입증된 만큼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대상포진 백신의 NIP 도입을 신속하게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와 제약계에서는 기존의 23가 다당질폐렴 백신보다 비싸지만 예방 효과가 큰 13가 단백접합폐렴 백신과 백일해(Tdap) 백신, A형 간염 백신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NIP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질본은 A형 간염 백신과 13가 단백접합 백신은 상대적으로 필요도가 낮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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