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회사 소속 경비 인력을 자택 경비로 배치하고 비용 16억5,000만원을 계열사가 내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돼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 경비원들은 조 회장의 자택에서 경비 업무뿐만 아니라 애완견 산책, 배변 정리 등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조 회장과 정석기업의 원모 대표, 실무 팀장을 형사입건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서울 구기동, 평창동 조 회장의 자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24명의 용역대금 16억 1,000만원을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대납 처리했다. 2011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조 회장의 자택에 폐쇄회로TV(CCTV) 설치, 모래놀이터 공사 등 시설유지 및 보수공사 비용 4,000만원도 정석기업이 대신 지급했다. 정석기업은 회사 자금을 불법 집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 빌딩에 경비원을 배치한 것처럼 허위로 도급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회장의 자택에서 근무한 경비원들은 경비 업무 외에 강아지 산책, 배변 정리, 나무 물주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오너 일가의 잡무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업무는 주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조 회장이 정석기업의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계열사가 경비원의 용역대금을 대리 납부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조 회장은 세 차례에 걸쳐 용역대금을 변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업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악용, 편법으로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석기업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주로 하는 한진그룹의 계열사로 원모 대표와 함께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이명희 씨와 아들 조원태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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