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경제신문이 폴리텍대의 분기 노사협의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교수협의회는 지난 3월 말 이 이사장 취임 이후 처음 개최한 노사협의회에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인정하라고 사측에 공식 요구했다. 교협의 요구는 공직선거법과 폴리텍대 내규를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공공기관의 상근임원은 출마가 금지되는 등 정치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폴리텍대는 15세 이상의 어린 학생들도 직업훈련 대상인 점을 감안해 내규로 교원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교협은 또 현행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2007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춘 정책을 되돌리라는 요구다. 61세를 정점으로 하는 교원 대상 임금피크제도 폐지하고 이미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퇴직한 교원에게는 감액한 임금을 재정산해 지급하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구성원의 무리한 요구에 사측은 거부는커녕 오히려 화답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이러한 요구에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정년은 대부분 60세다. 폴리텍대도 2007년 65세인 정년을 60세로 단계적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6년 이전에 임용된 교원에게는 65세 정년을 적용하고 이듬해 임용한 교원은 이보다 1년 단축된 64세로 하는 식으로 2011년 정년 60세 제도가 정착됐다. 하지만 “현장근무 경험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폴리텍대 교원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년 60세로는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정년 65세 환원을 주장했다. 폴리텍대의 한 관계자는 “교협의 정년 65세 환원 주장은 이석행 이사장 취임 이후인 최근에서야 처음 노사협의회 테이블에 올랐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런 요구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 정서에 역행하는 특혜라는 지적에도 수용 가능성이 큰 배경에는 이 이사장이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다. 기술인들의 직업교육 훈련을 목표로 하는 폴리텍대 이사장을 노동계 인사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교육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 이사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2008년 “전기와 가스를 끊고 기차와 항공기를 세우는 파업을 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겠다”고 말한 인사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親) 노조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일종의 ‘지분’을 요구하는 민간 부문 노조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정치 중립성이 생명인 정부 산하 교육기관 교원까지 정치적 움직임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 사례는 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가스기술공사 노조는 4월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 음주운전 징계 조치를 완화해달라는 요구 사항을 사측에 제시했다. 올해 초 한 직원이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돼 감봉과 함께 지방전보 조치를 받았는데 앞으로 전보 조치를 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노조 측은 “감봉 처분에 전보 조치까지 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전보 조치는 중단하는 대신 징계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징계 수위는 그대로 두고 전보만 중단하라”며 억지를 부렸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징계 강화를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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