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한 달을 앞둔 10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정부가 내놓은 30만호 공급대책 등 집값을 잡을 핵심 방안이 아직은 가시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변수들의 추진 방향과 시기에 따라 내년 초 이후에야 집값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연말까지는 관망세로 갈 것”이라며 “기다리는 게 손해인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종부세 인상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내년 하반기에나 부과가 되기 때문에 관망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물론 이런 관망세가 길어진다면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좀 일찍 물건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연내에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정책하에서도 투매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 모두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종부세 인상안의 국회 통과 결과를 꼽았다. 두성규 건설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13 대책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집값이 하락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 중요한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종부세를 야당이 호락호락하게 통과시켜줄 것 같지 않고 타협 가능성도 있다. 공급도 각종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일 정책의 동력이 약해진다면 거래 단절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의 경우 보유 기간 규제로 매물을 내놓을 수 없고 2주택만 돼도 양도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팔 수 없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종부세가 정부안 대로 인상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에게 종부세는 분명한 부담”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는 종부세 강화로 저가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 여력이 그렇게 크지 않아 내년 하반기 집값의 경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매매 시장 경색으로 전세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전세 시장 역시 잠잠한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0.09%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달 24일 조사에서는 0.05%로 감소했고, 이달 초엔 다시 0.03%로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며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게 최근의 경향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월세를 전세로 되돌리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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