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최대 30%가량 하락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슈퍼 호황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요 증가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반도체 고점’ 논란은 재가열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발간한 시황 보고서에서 “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0%, 낸드플래시 가격은 25~30%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D램의 경우 올 3·4분기에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도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2%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4·4분기에는 5% 이상 하락 반전한 뒤 내년에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도 서버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에 사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는 탄탄한 데 비해 소비자가전용 수요가 부진을 면치 못해 가격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는 게 D램익스체인지의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이 최대 실적을 경신할수록 슈퍼 호황이 곧 끝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특히 메모리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골드만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들은 기업의 대대적인 서버 투자가 일단락됐고 모바일 시장의 침체 국면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메모리 하락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고 말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한 생산확대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과 최근 메이저 업체들이 설비투자와 생산라인 확장을 미루면서 예상보다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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