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저축은행이 연체가 없는 정상 고객 1만명에게 ‘돈을 받으러 자택을 방문하겠다’는 취지의 채권추심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고를 내 파장이 예상된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키움저축은행은 지난 11일 연체 차주 28명에게 연체 사실과 함께 ‘가정방문을 하겠다’는 내용의 채권추심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내부 전산착오로 정상 고객 1만여명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 발송 담당자가 오전9시 이후로 예약 전송을 걸어 놨지만 오류가 발생해 1만명의 고객에게 문자가 전송돼 혼란을 가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연체 고객 28명에게만 추심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과거 연체 이력이 있는 고객 1만명에게 예상치 않게 문자가 발송돼 버린 것이다. 키움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 전산망을 일부 이용하고 있지만 이번 일은 자체 전산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하게 원리금을 갚아온 고객들은 연체 통지와 함께 가정방문 추심 문자를 받아들고 화들짝 놀라 강력 항의했다. 키움저축은행은 곧바로 추심 문자 오류 발송을 확인한 뒤 문자와 안내전화 등으로 사과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저축은행 사고를 보고받고 직원의 단순 실수인지, 전산 시스템 오류인지 등에 대한 긴급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일단 파악하고 있지만 외부 해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내부 전산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지 등 추가로 알아볼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추심 문자 발송 오류 사태로 저축은행 전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저축은행의 ‘문자 발송 오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월 NH저축은행도 대출액 상환 독촉 안내문자 메시지를 정상 고객 2만명에게 잘못 발송하는 사고를 냈다. 고객의 금전적 피해는 없었지만 ‘해킹을 당했거나 보이스피싱에 뚫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웠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고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3월에는 대형사인 JT친애저축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은 고객 28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불안감을 키웠다. JT친애 소속 차장급 직원이 전 직장동료인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대출상담 고객정보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술한 내부통제가 도마에 올랐다. 2016년 8월에는 웰컴·DB·푸른·OSB 등 4개 저축은행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보안 처리하지 않고 자체 정보기술(IT) 감사를 전문인력이 아닌 일반직원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전산 시스템 보안이 굉장히 미흡하게 관리되는데 외부 해킹이 이뤄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정보보안 취약성이 드러나고 전산 시스템 오류가 빈발하는 것은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할 때 투자 의지나 비용부담이 턱없니 낮다는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강제해 실적 부담이 커진 저축은행들이 정보보안이나 전산 시스템 등 당장 눈에 띄지 않는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커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저축은행 업권에서 크고 작은 전산사고가 잦다는 점에서 고객보호를 위한 내부통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