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내차 생산량 6년새 12%↓…수입차 판매비중은 20%로 껑충

[위기의 자동차 산업]

<상>허리부터 무너지는 자동차 공화국

텅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1년 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사의 대표는 최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은행 문을 나서야 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자동차 부품업체에 1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시중 은행들이 자동차 업체의 여신에 대해서는 겨우 만기 연장만 해줄 뿐 신규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A사 대표는 “현대차 등이 신차를 출시하기 전에 부품 개발과 생산을 끝내야 하는데 돈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실적악화가 부품사로 이어지며 은행들이 돈줄을 막아버렸다. 금융당국의 부품사 여신회수 자제 요청에 회수는 하지 않지만 신규 자금을 막아버린 상황에서 부품업체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완성차 생산·판매 동시 감소 非常

수입차는 내수시장 빠르게 잠식

미중 무역분쟁에 수출도 쑥대밭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들이 올해 3·4분기 맞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한국 자동차의 장점인 ‘가성비’가 국내의 경직된 노사관계 등 고비용 구조로 힘을 잃자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불안 요소들이 한번에 부각되면서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실적 악화는) 단기적으로 수출이 잘 돼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국내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66만대였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량은 지난해 411만대로 55만대(약 12%)나 줄었다. 2015년 정부의 개별소득세 인하 조치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우하향’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7.3% 줄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속도는 예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2010년 수입차 판매비중은 7.8%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0%까지 높아졌다. 실제로 르노삼성과 한국GM의 경우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은 각각 6만2,000여대와 6만6,000여대로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1만여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출이 과거처럼 호황을 지속하는 것도 아니다. 2012년 317만대를 수출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253만대로 추락했다. 자동차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제조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수출과 해외 현지생산 판매가 많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자동차 기업들은 악화되는 국내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국내 자동차 기업의 해외 생산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90만대였던 해외 생산은 2012년 처음으로 국내 수출량을 추월했으며 지난해는 404만대로 수출(253만대)량보다 60%가량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보호무역 심화에 따른 글로벌 무역분쟁은 국내보다 해외 생산량이 많은 국내 기업, 특히 현대·기아차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중국 경제가 둔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내 차 판매량이 크게 줄었고 이는 유럽과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러시아 등 제조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시장은 해당 국가의 환율이 급등해 원화보다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 붕괴 직격탄

대량 실업 등 국가경제에도 쇼크



더 큰 문제는 완성차 업계의 위기가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파괴는 물론 국가 경제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5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는 부품사들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318개에 달하는데 군산공장 폐쇄는 이들이 대규모 일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품회사가 위기에 처하면 결국 완성차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부품사에 부담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국가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단적으로 올해 자동차 산업 위기로 대량의 실업이 발생했다. 5월 기준 완성차 및 부품업계 종사자는 39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12월의 40만명과 비교해도 8,000명 가까이 줄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업계는 정부를 바라보고 있지만 누구도 지금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부품업계의 인수합병(M&A)을 지원하고 실업대책과 재교육 대책을 내놓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