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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교수도 '블라인드 채용'하라는 과기부

4대 과학기술원에 지침 내려

출신학교 등 보지 않고 선발

"대학따라 중점 전공 다른데

과학·기술 전문성 부족" 우려

"논문 보면 추정할수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지적도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을 갖춘 A대학은 최근 교수 채용 방침을 놓고 교수회의를 열었다. 모집 분야, 지원조건, 채용인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교수 지원자의 학벌을 지원서에 기재하지 말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침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장 교수의 전문성 하락,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지만 이 대학은 ‘과기부 방침’에 따라 올해 교수 채용에서 대학명 입력 칸을 지운 채 지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과기부가 교수 채용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라는 지침을 한국과학기술원·울산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광주과기원 등 4대 과기원에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들은 최근 블라인드 채용으로 신임 교수를 뽑기 시작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자의 나이, 출신지, 출신 학교를 회사가 보지 않고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공정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교수 채용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자칫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는 대학별로 중점지원을 받는 전공이 다르고 유명 교수진이 있는 대학 출신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교수의 블라인드 채용이 이 같은 점을 무시하고 공정성만 내세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학생을 가르칠 좋은 교수진을 뽑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 가령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지원자의 학력을 지우고 심사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라인드로 교수를 채용하는 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수 지원 시 제출하는 논문에 이미 대학 워터마크가 나올 뿐 아니라 지도교수를 통해 지원자의 출신 대학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 중 하나였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당장 시행하라”고 지시하면서 각 부처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과기부 측은 “지난 3월 공공기관 채용제도 개선 지침이 내려와 전체 부처와 산하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이 과정에서 4대 과기원이 포함돼 최근 실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실제 현장에서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정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무기계약직에 대거 재직자의 친인척이 채용된 서울교통공사 역시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도 연구개발(R&D) 직군에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을 책임지는 R&D 분야는 그 중요성을 감안, 학력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지원자를 심사해 채용하고 있다”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다른 일반 기업에서도 채용 결과를 평가내리기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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