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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한파에 기업 자금조달 비상]돈줄 막힌 기업 사채시장 기웃...자산매각으로 급한 불 끄기도

안트로젠 등 유상증자 불발에 사업계획 차질 우려되기도

발행가격 하락에 주식 규모 늘려 목표자금 채우는 기업도

수출입銀, 車·조선부품사 한시적 재대출 등 지원방안 마련

은성수(왼쪽) 수출입은행장이 1일 전북 익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를 방문해 경영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수출입은행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기업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은행 대출 등이 힘들어 돈을 구할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해왔는데 주가 급락의 여파로 그마저도 막힌 것이다. 당장 기업 운영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마저 쉽지 않아졌다. 돈줄이 막히면서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거나 눈물을 머금고 자산 매각에 나서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서 고용시장도 더욱 악화되고, 이는 다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기업 자금조달의 한 축인 주식시장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바이오 업체 안트로젠(065660)은 지난달 31일까지 실시한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대우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납입 대상자들이 증자에 불참했다. 자금조달로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과 바이오주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관들이 투자를 꺼린 탓이다.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안트로젠과 같은 바이오 업체는 신약 개발까지 임상시험이나 공장 증설 과정에 막대한 연구개발 자금이 소요된다.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을 만큼 기대감이 큰 기업이지만 이번에 유상증자가 불발되면서 향후 자금조달을 위한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유상증자를 준비하는 다른 기업들의 걱정도 적지 않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격이 줄어든데다 당분간 주가 전망도 어둡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코스닥 업체 케이엠더블유(032500)는 지난 9월20일 시설 및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 35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이동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RF부품을 제조하고 있는데 5G 시대에 핵심 장비다. 당초 책정했던 신주 발행가격은 2만350원이지만 최근 주가를 반영해 1만9,200원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조달하려던 금액도 131억원이나 감소했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벤처 1세대 버추얼텍(036620)도 신주 발행가격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바람에 목표한 자금이 25억원이나 줄었다. 현재 주가는 780원이지만 유상증자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25%의 할인율을 적용하며 최대한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격이 낮아지자 주식 규모를 늘려 목표자금을 채우려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제일파마홀딩스(002620)는 신주를 발행해 자회사인 제일약품의 주식과 맞교환하기 위해 3,771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신주 발행가격이 3만2,208원에서 2만3,950원으로 줄어든 만큼 발행주식은 1,170만8,830주에서 1,574만6,054주로 늘려야 했다. 주식 수가 증가한 만큼 부담도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마련의 또 다른 방법으로 전환사채(CB) 발행도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채권으로 보유하며 돈이 묶이기에는 부담스러워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돈줄이 막힌 일부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자산 매각에 나서는 실정이다. 최근 실적이 급감한 한샘(009240)은 신사옥 이전을 위해 매입했던 송파구 문정동 부지를 80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휴대폰 부품 등을 제조하는 파인테크닉스(106240) 역시 안양시의 건물과 토지를 121억원에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위기감이 커진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주식시장은 단순히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증권시장이 침체되지 않게 하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자금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경영실태를 살폈다. 수은은 위기에 빠진 자동차부품 및 조선기자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재대출 또는 만기연장 시 대출금 한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은 행장은 1일 전북 익산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인 티앤지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자동차부품 업계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비 올 때 우산을 같이 쓴다’는 심정으로 유동성 지원과 금리부담 완화 등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서일범·박경훈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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