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저임금 직격탄' 주얼리 산업] 인건비 폭탄에 줄도산…"값싼 中 귀금속 한국 점령 시간문제"

견습사원 임금 40% 가량 껑충

주52시간 근무에 물량 못 맞춰

인건비 낮은 해외로 공장 이전

주얼리시장규모 전년比 6.5%↓

"노동집약적 산업 '특수성' 고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도입해야"





#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 일대에서 손꼽히는 주얼리 제조업체인 A사 대표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얼리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공임비로 인건비 비중이 높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신입 채용도 하지 않고 있다. 상품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기까지 1년 정도의 견습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견습사원의 월급은 3년 전 120만~150만원 수준에서 현재 180만~200만원으로 뛰었다. A사 대표는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채용하고 생산 비중도 국내보다는 해외 공장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얼리 산업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휘청이고 있다. 특히 국내 귀금속 관련 제조업체의 44%(2016년 기준)가 몰린 종로 귀금속 상가 일대와 그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전북 익산국가산업단지에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다. 인건비 폭탄에 도산하는 업체가 늘면서 지난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6.5% 감소한 6조2,23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에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A사처럼 해외에 공장을 두지 않은 업체는 해외생산 비중을 늘릴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물량을 맞출 때까지 일하다 보면 주 52시간이라는 기준도 턱없이 모자란다. 수억원이 드는 다이아몬드 커팅 기계 등 자동화 설비 등에 대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낸다.

이 가운데 도매업체들이 국내 제조업체가 아닌 중국 등 해외 제조업체를 찾으면서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귀금속중앙회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매출이 최근 평균 20%가량 감소했다”며 “중국 공장의 공임비가 국내의 3분의1~2분의1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이 종로 귀금속 상가 일대를 뒤덮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 중국은 한국산 주얼리에 대해 35%의 관세를 영구 유지하고 한국은 중국 주얼리 수입에 대해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하는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며 “이대로라면 주얼리 산업 인프라가 무너져 한국에서 홍콩의 ‘주대복’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영영 나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 익산국가산업단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990년대부터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지었다가 현지 인건비 상승 등으로 타격을 입고 2014~2015년께 정부 지원을 믿고 국내로 유턴한 기업들이 최근 2년 새 ‘최저임금 인상 폭탄’을 맞으면서 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다시 돌아온 뒤 정부로부터 약속된 지원금을 따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최저임금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주얼리 기업 대표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시장 자체가 음성적으로 커온 것도 주얼리 업계에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에서 바라보는 주얼리 시장 규모는 6조원(예물 및 일반·패션주얼리)가량이지만 업계는 그보다 많은 15조~20조원으로 보고 있다. 매출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고급 주얼리 시장이 10조원, 순금 및 순금 제품 시장이 3조원가량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은 1990년대까지 귀금속 제품은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관련 산업도 대출제한업종으로 묶여 음성적 거래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귀금속=사치품’이라는 인식에 갇혀 양성화에 실패한데다 불합리한 과세구조로 밀수가 성행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석에 대해 개별소비세 26%와 부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낼 경우 소비자가격은 현재의 2배가 돼 수입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암암리에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보석의 가격이 높을수록 음성거래 비중도 높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처럼 대부분의 업체가 매출액을 실제의 10~20%만 신고하다 보니 그에 맞춰 비용도 축소신고할 수밖에 없다. 실제 종사인원도 왜곡돼 고용보험 가입인원의 10배 정도인 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종사자의 90%가 고용보험, 4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업계는 정부가 시장 양성화뿐 아니라 주얼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목 서울주얼리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마운틴 제품(보석을 세팅하지 않은 주얼리)’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주얼리 생산경쟁력은 높다”며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고 부가세만 부과하게 하는 등 현실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주얼리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