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2단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됐지만 8개국이 예외 면제 혜택을 받고 일부 이란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접근이 허용되는 등 실제 제재 수위는 이란산 수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서 다소 후퇴했다. 미국 보수진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가 제재 수위를 낮춘 것은 유가 급등의 후폭풍과 미중 무역전쟁 등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예외 조치를 두고 이란산 원유 수출, 이란의 국제금융 시스템 접근 제한 조치와 관련해 겁을 먹었다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는 압박을 이란 정권에 전달하는 데 있어 외교적으로 영리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2단계 제재로 이란의 돈줄을 막아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에 후폭풍이 될 수 있는 리스크는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WSJ는 미국이 8개국을 예외로 둔 것은 우선 유가 급등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를 예외로 두는 것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두 나라가 원유 공급난을 겪게 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인도의 면제가 실망스러운 요소일 수 있지만 이는 유가 급등을 막으면서 이란에 타격을 주려는 조치”라며 “면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하루 11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 거래가 날아갔다. 이것만으로도 이란 돈벌이에 상당한 타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이미 무역전쟁으로 양국의 출혈이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른 잡음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평가다. 중국과 인도를 제재 대상에 포함할 경우 러시아와의 밀착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이란 국민이 아닌 정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재무부가 모든 이란 금융기관의 SWIFT 접근을 막지 않고 인도적 차원의 접근은 허용한 것은 이번 조치가 이란 국민이 아닌 정권을 겨냥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이란이 SWIFT의 인도주의적 채널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독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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