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커지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서 쉽게 꺼내쓸 수 있는 예금을 좀처럼 인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풀려야 할 돈이 은행에 잠들어 있는 경우가 늘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4회로 198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예금 회전율이 낮을수록 가계, 기업이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고 은행에 맡긴 채로 두고 있다는 의미다.
예금 회전율은 1990년대까지 상승해 1999년 100회에 육박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부터는 20회를 넘는 것도 드문 일이 됐다. 올해 2월 17.9회로 떨어진 예금 회전율은 3∼4월 20.4회로 상승했지만 7월 19.7회, 8월 18.5회에서 9월 들어 급락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예금 회전율은 올해 3분기 18.2회로 1987년 1분기17.9회를 기록한 이후 최저다.
예금 회전율은 추석 연휴라는 시기적인 요인이 작용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추석이 낀 달에는 예금 회전율이 떨어졌다”며 “은행 휴업일이 늘며 예금 지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 축소 탓이 컸다.
요구불예금은 필요할 때마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꺼내쓸 수 있어 투자처가 생기면 바로 빠져나갈 수 있어 단기 부동자금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 가능성에 한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고용 부진, 반도체 경기 전망 불투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얽혀 수익률을 보장할만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
부동산 대책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거나 증시 불안 때문에 주식 투자도 움츠러들면 예금 회전율은 더 하락할 수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거래가 둔화하거나 투자가 위축되면 대기 자금이 늘어나게 돼 예금 회전율이 떨어지게 된다”며 “풀린 돈이 과거만큼 경기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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