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논란 커지는 농어촌상생기금]기업 2,293곳에 참여공문..."사실상 강제모금"

참석자 이름까지 적시 출석 통보

재계 "미르재단과 다를 바 없다"

15일 정부와 야당이 대기업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독려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과거 박근혜 정부가 미르·K스포트재단을 통해 돈을 모금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사실상의 강제모금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발적인 참여 독려”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 제도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하에 이행되길 희망한다”며 “정부도 세제혜택과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은 “일각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도 없지 않지만, 법치의 연장 선상에서 간담회를 열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법이 통과되기 전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기업들의 K스포츠 재단 등 출연과 관련한 사법처리를 의식한 듯 “그 사건으로 상생기금 출연에 회의적이거나 적극적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금을 내도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정에는 절대 세우지 않겠다는 확신을 드릴 테니 적극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재계의 반응은 딴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참석한 자리에 대기업 15곳의 관계자를 불러모아 출연금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의 강제모금”이라며 “현 정부가 ‘적폐’라고 부르던 전 정부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전 상의 없이 참석자 이름까지 적시해 출석하라고 일방 통보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농어촌상생기금을 운영하는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대기업 205개사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030개사, 공기업 58개사에 참여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기금 출연의향을 서면으로 조사하는 등 사실상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이 적지 않다. 심지어 민간기업 출연 사례와 출연기업 대표이사 칼럼 등을 언론매체에 보도하도록 하는 등 홍보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말 한·중 FTA 비준 당시 농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공기업·대기업으로 자발적인 출연 형식으로 조성키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지 2,000억원이 모금돼야 하지만, 민간 기업의 저조한 참여로 지금까지 모금액은 505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마저 모금액 중 93% 는 공기업이 냈다. 일각에서는 농어촌상생기금 자체가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금은 예산당국이 관리하는 ‘기금’과 달리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이 관리하는 반민반관기금이다. 기금의 조성 목적인 농어촌 장학·의료·주거 개선 사업은 세금으로 해야 할 정부 사업인데,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별도의 주머니를 만든 격이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실상 정부 관리하에 있는 재단에 기금을 만들어 기업들 돈을 각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거 최순실의 미르재단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박성호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