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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팀장 레터]책 읽을 '시간' 좀 주세요

문화레저부 연승 기자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는 출판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믿기 어려운 수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올해 5회째 ‘독서경영 우수직장 인증’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 ‘리얼한 실상’을 만났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굳은 의지로 사내 독서문화를 정착시킨 직장의 구성원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 대부분은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다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죠.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를 꼽곤 합니다. 얼핏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꼭 핑계라고 만은 할 수 없겠죠. 무엇보다 한국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0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직장인들은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근로에 투입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납니다. 직장에서 독서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는다면 직장인의 독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것입니다. 더욱이 독서는 직무와 무관하고, 개인의 여가일 뿐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터라 직장에서의 독서는 답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책이 그렇게 좋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봐라” “책이나 보고 한가하다” 따위의 핀잔이나 듣고 대체 누가 직장에서 맘 편히 책을 읽겠습니까.



일각에서는 독서율 저하와 함께 ‘가벼워진 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데,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짧은 글에 그림 혹은 사진을 넣은 가벼운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토록 힘겨운 독서환경에서 에세이라도 읽는 것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삶은 고단하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는 싶은데 지적 욕구를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책은 부담스러우니 어쩔 도리가 없겠죠. 짧은 시간에나마 책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갖는데 짧고 가벼운 에세이만큼 적절한 책이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요즘 2030 세대가 어려운 책을 읽지 못하고, ‘허세’ 가득한 에세이나 읽는다고 탓하지 맙시다. 독서율 저하와 가벼운 에세이의 인기는 장시간 근무와 팍팍해진 삶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겸허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죠. 책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마침내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충고일 겁니다. 앞으론 우리도 직장에서 독서에 대한 따뜻한 시선 속에서 책 읽을 넉넉한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됐으면 합니다. 책 읽지 않는 직장인은 새 시대를 보기 어렵고, 그만큼 우리 기업과 나라의 미래도 밝을 턱이 없을 테니까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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