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건설사의 올해 주택분양 물량이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잦은 청약 제도 개편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시장 통제로 분양 물량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목소리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대림 등 10대 건설사들이 현재까지 분양한 물량은 8만 5,000여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올 한해 연간 공급 계획(15만 9,769가구)과 비교하면 절반(53.2%)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오는 연말까지 일정대로 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연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건설사별로 보면 목표 대비 50%에 그치지도 못하는 곳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롯데건설은 올 한 해 공급계획을 2만 794가구로 세웠지만 현재까지 실제 분양한 물량은 8,142가구(39.1%)에 그친다. 청량리 4구역 재개발 등 여러 단지의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린 탓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43.0%), HDC현대산업개발(44.1%), GS건설(46.3%), 대우건설(46.4%) 등도 현재 40% 선에서 머물고 있다. 포스코건설(63.4%), 현대엔지니어링(56.2%), 대림산업(51.7%) 등은 절반을 넘겼다. 10대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과 SK건설이 당초 계획 수준의 아파트를 선보인 정도다.
이 같은 공급 물량 축소는 정부의 잦은 청약 제도 개편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올해 초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예년 같았으면 봄 분양 성수기 시즌이었지만 강화된 규제로 인해 일정을 잡지 못해 애를 먹은 건설사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9·13 대책 후속 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하자 HUG가 나서 건설사를 상대로 공급 연기를 강제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행사 및 조합 등의 상황과 인허가 일정 등으로 분양 계획이 연기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올해는 제도 변경이 잦아 분양 일정 잡는 데에만 몇 달은 소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주택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 공급 물량이 늘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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